의대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나왔다. 정책 ‘백지화’와 ‘모집중단’ 공염불을 멈추고 정부, 학계, 시민사회계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제언이다.
오주환 서울대 의과대학 의학과 교수는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개최된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의 ‘내란극복, 국정안정을 위한 의학교육 정상화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오 교수는 서울대병원-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진행한 의사 수 추계 연구 결과 일부를 소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 상태에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으면 2037년부터 의사 공급 부족 현상이 시작된다. 부족 시점을 고려하면 2027년부터 의대 정원을 조율해도 늦지 않으며, 2026년에 사회적 합의를 거쳐 이듬해 입학정원 규모를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오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도 증원을 주장하며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라고 했는데, 진단이 틀리면 치료 방법이 무엇이 됐든 전부 틀리게 된다”라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뛰쳐나간 것은 2월 6일 있었던 의대 2000명 증원 발표가 계엄 선포와 마찬가지로 황당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과대학 합격생들을 선의의 피해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피력했다. 오 교수는 “이미 수시 합격이 발표되고, 정시도 다음 주에 시작된다”라며 “2024학번이 복귀해 2025학년도에 예과 1학년을 시작한다면 예년과 비교하면 250%의 인원이 공부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세대는 졸업할 때까지 10년 동안 교육 파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 이것은 완전한 재난”이라면서 “교육부가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말해야 하고, 최소한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해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의료계가 의대 증원 백지화와 내년도 신입생 모집 중단 등 비현실적인 요구를 반복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출범 직후부터 줄곧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수시모집 합격생 중 미충원 인원을 정시 모집으로 이월하지 말라는 요청도 의료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오 교수는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 백지화 주장은 이제는 유효기간이 지났고, 해롭기까지 하다”라며 “대학과 정치권, 의료계가 2024학번과 2025학번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잘 교육을 받아 동료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2년여간은 공론화와 정책 근거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오 교수는 “2025년~2026년 2년 동안은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 방법을 수렴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의사 수를 다시 추계해야 한다”라며 “추계는 정부의 조작 가능성이 없는 중립적인 주체가 수행해야 하며, 국제학술지처럼 정치권이나 한국 학계에 형성된 진영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방식으로 출판된 논문만이 이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 교수는 행사에 참석한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오 교수는 정부가 근거 없이 의대 증원을 강행하도록 기여한 사람이 이 자리에 있다며 “스스로 사과할 기회를 드리겠다”라고 에둘러 김 의원을 지목했다.
이에 김 의원은 “저를 말씀하신 것이냐”고 물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단순히 의대 증원이 아니라 전반적인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말씀드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의대 증원 필요하다고 했을 때 이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듣기 불편 과격한 주장이었을 것”이라며 “듣기 불편하셨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 입성 전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의대 증원 찬성 입장을 피력해왔다. 또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수급추계위원회 등의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