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간 과열경쟁 ‘자업자득’ 비판론도
면세업계의 임대료 부담이 커진 가장 결정적 이유는 ‘객당 임대료제’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이용객 감소로 인해 고정임대료제를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었다. 엔데믹 이후 또 다른 외부적 요인으로 이용객이 크게 줄어들 경우 자연스럽게 임대료도 낮아지도록 설계한 것이다.
다만 면세업계는 현행 객당 임대료제에 허수가 있다고 주장한다. 객당 임대료제는 면세사업자가 납부하기로 약정한 여객 1인당 임대료에 월 출국자여객 수를 곱해 월 임대료를 산출·납부하는 식이다. 문제는 여기에는 매출과 직결되지 않는 어린이와 환승객 등이 포함돼 있다.
12일 면세업계 관계자는 “4인 가족 여행객의 경우 보통 2명은 자녀인데, 이들이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결국 4명 중 절반이 매출에 직접 영향을 주고 나머지 2명은 허수”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선 공생 관계인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사업자(면세점)가 제도적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이해관계를 절충, 합리적 논의를 통해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천공항은 임대료 문제로 면세점이 다 손들고 나가면 아주 곤란해질 것이고, 면세점도 국내 업장 중 가장 좋은 입지가 인천공항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이해관계 절충을 해야지, 제도적 문제로 접근해선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어린이와 환승객 등을 임대료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합리적인 조정 방안 중 하나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양측이 공생 관계임을 인지, 유연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객당 임대료제를 완전히 손보기 어려운 만큼, 매출 연동을 일부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으로 관광객 유입하는 것은 공항의 역할이고, 공항 이용 고객에게 물건을 팔아 매출을 내는 건 면세점 역할인데, 이걸 흔들면 시장이 무너질 것”이라면서 “한국으로 관광객이 많이 들어왔는데도 물건을 못 파는 것은 면세점 책임이니, 객당 임대료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양측이 협의를 통해 기준 매출을 잡고 객당 임대료제 도입 후 매출이 일정 부분 이상 감소했을 때 임대료를 일부 할인하는 방안은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객당 임대료제와 매출 연동제를 동시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객당 임대료제 수정이 현실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가장 큰 이유는 형평성 문제다. 인천공항 면세사업자 선정 당시 공고한 제안요청서(RFP)와 다른 정책을 시행할 경우, 입찰 탈락 사업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일각에선 오히려 업체 간 과열경쟁으로 무리하게 임대료를 써낸 면세사업자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 전 RFP에도 객당 임대료제 내용이 포함됐었기 때문에 면세사업자들도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임대료를 써 냈을 것”이라며 “당시엔 높이 써내도 이용객이 늘면 매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불경기에 소비자 지갑은 열리지 않아 객단가가 계속 떨어지니, 작년 입찰 당시 사업 계획과 많이 달라진 상황”이라며 “사실상 현재로선 이 문제에 대한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