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업 54% ‘규제 수준 경쟁국보다 높다’ 지적

입력 2024-12-25 12:00 수정 2024-12-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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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 개선 분야 기술ㆍ인력ㆍ금융 순

“TSMC는 노사가 합의하면 하루 근무시간을 12시간까지 늘릴 수 있어 핵심 인재들이 근로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기술개발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육성하는 첨단전략산업만이라도 주 52시간 근무제도의 예외를 적용해 주었으면 합니다.” (반도체 기업 A사)

“채혈기(의료기기)와 혈당측정 진단기기(진단 의료기기)가 하나로 합쳐진 복합제품을 개발했는데, 의료기기 인증과 진단 의료기기 인증을 모두 받아야 해서 시간ㆍ비용 부담이 큽니다.” (바이오기업 B사)

첨단산업 국가대항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첨단산업기업 절반 이상이 우리나라 첨단산업 규제수준이 경쟁국보다 과도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BBC(Bio, Battery, Chip) 첨단기업 433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첨단전략산업 규제체감도 조사’ 결과 우리나라 첨단산업 규제수준이 경쟁국보다 과도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기업이 53.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 경쟁국보다 규제가 강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이차전지 58.2% △바이오 56.4% △반도체 54.9% △디스플레이 45.5% 순이었다.

규제를 이행하는 데 따른 부담 여부에 대해서는 72.9%가 부담된다고 답했다. 규제 이행이 수월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2.7%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바이오 분야 83.6%의 기업이 규제이행 부담이 있다고 답해 부정적 평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차전지는 73.6%, 반도체ㆍ디스플레이는 각각 67.3%가 부담이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은 규제이행을 어렵게 하는 이유로 ‘규제가 너무 많아서’(32.8%)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준수해야 할 규제기준이 높아서 23.1% △자료제출 부담이 과도해서 21.8% △교육 등 의무사항이 과도해서 11.1% 등의 순으로 답했다.

한편, 향후 규제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년 대비 규제환경이 개선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42.7%가 아니라고 답했다. 향후 규제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지 묻는 말에는 46.5%가 부정적으로 답했지만 기대감이 있다는 응답은 17.2%에 그쳤다.

기업들은 향후 첨단산업 규제개선에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분야로 △기술 29.6% △인력 17.8% △금융 14.7% △환경 12.6% 순으로 꼽았다.

가장 많은 기업이 중점 규제개선 분야로 꼽은 것은 연구ㆍ개발(R&D), 인증ㆍ검사 등과 관련한 ‘기술규제’다. 특히 바이오 기업의 43.6%가 기술규제 개선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C 기업 관계자는 “인공지능(AI) 기반 혈당측정 및 진단을 할 수 있는 채혈기를 개발했지만, 의료기기와 진단 의료기기가 합쳐진 복합제품으로 판정받아 의료기기시험, 진단 의료기기시험 등 중복 인증을 거쳐야 했다”며 “이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 규제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꼽힌 ‘인력 규제’의 경우, 첨단전략산업 특성상 숙련된 전문인력 확보가 필수적임에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때문에 현실적 제약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D사 관계자는 “해외 경쟁사는 밤을 새워가며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발목이 잡혀있다”며 “국가에서 육성하는 첨단전략산업만이라도 근무시간 잔업ㆍ특근 이슈에 예외를 적용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융 규제’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규제개선 분야로 지목했다. R&D 단계에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만, 재원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첨단전략산업 기업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앞으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규제 개선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첨단전략산업은 국가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분야인 만큼, 현재 국회에 계류된 ‘첨단전략산업기금법’, ‘반도체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해줄 지원법안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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