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성함과 현실의 고통 전달
‘밝음과 어둠’ 사용해 감동 극대화
극적묘사로 현대예술에 큰 영향 줘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기독교의 중요한 축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예술가들이 종교화(종교를 주제로 한 그림)를 통해 크리스마스에 관한 기독교적 이야기와 장면들을 묘사해 왔다.
그중에서도 많은 종교적 주제를 다룬 걸작들을 남긴 바로크 시대의 위대한 화가인 카라바조(Caravaggio)의 작품은 종교화 부분에선 단연 손꼽힌다. 카라바조는 이탈리아의 바로크 시대 화가로, 강한 빛과 어둠의 대비(키아로스쿠로 기법, Chiaroscuro)를 사용하여 사실적이고 감성적인 표현을 특징으로 했다. 그의 작품은 그 시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종교적 주제를 현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직접적인 감동을 주었다.
카라바조가 사용한 키아로스쿠로 기법은 이탈리아어로 ‘밝음와 어둠’을 의미하는데, 강한 명암 대비를 통해 인물과 사물을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예술 기법이다. 바로크 시대에 특히 많이 사용되었는데 카라바조가 대표적인 화가로, 네델란드의 렘브란트,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의 작품에도 많이 사용되었다. 이 기법은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조를 강조했는데, 이는 종교적 주제의 신성함과 현실적 고통을 동시에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그림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만들고 시각적 긴장감도 높이는 효과를 보여주고, 명암 대비를 통해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해서 관객들에게 강렬한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내 그의 작품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고 있다.
카라바조의 대표적 종교화로는 ‘성 마태오의 소명(The Calling of Saint Matthew)’, ‘성 바울의 개종(The Conversion of Saint Paul)’, 그리고 ‘성 베드로의 순교(The Crucifixion Saint Peter)’ 등이 있다. 이 작품에서는 일반인과 성인들이 평범한 인간으로 묘사되어, 종교적인 주제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게 한다.
‘성 마태오의 소명’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1599년에서 1600년 사이에 그렸다. 이 작품은 로마의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에 위치한 성 마태오 예배당에 소장되어 있다. 이 그림은 예수님이 마태오를 제자로 부르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는데, 성 마태오는 원래 세무공무원이었으며, 예수님의 부름에 따라 제자가 된 인물이다. 그림의 중심에는 세무공무원들이 세금과 돈을 세고 있는 장면이 있다. 예수는 오른쪽에서 등장하며, 손으로 마태오를 가리키고 있고, 마태오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나를 부르시나요?”라고 묻는 듯한 모습이다.
특유의 키아로스쿠로 기법을 사용하여 강한 빛과 어둠의 대비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예수와 마태오를 중심으로 한 빛의 방향은 그 순간의 신성함과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물들의 표정과 자세는 매우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어, 관객이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이 작품은 카라바조의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예술적 접근을 잘 보여주는 예로, 종교적 주제를 현실적으로 재현하여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성 바울의 개종’은 또 하나의 걸작으로, 성 바울이 기독교로 개종하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이 그림은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에 소장되어 있다. 이 작품은 바울이 다마스쿠스로 가는 도중에 예수를 만나 개종하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예수의 음성을 들은 바울은 말에서 떨어져 눈이 멀게 된다. 그림의 중심에는 말에서 떨어진 바울이 바닥에 누워 있는 장면이 있다. 그의 곁에는 놀란 말과 기사가 있다. 강렬한 빛은 바울을 비추며, 그 순간의 신성함을 강조한다. 강한 빛은 바울의 얼굴과 몸을 비추며, 그의 영적인 각성을 나타낸다. 어둠은 세상의 혼란과 불신을 상징하는데, 카라바조 특유의 사실적 표현과 극적인 구성은 이 장면의 감동과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이 작품은 성 바울의 신앙의 여정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그 순간의 경이로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성 베드로의 순교’는 1601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성 베드로의 순교하는 순간을 묘사한 종교화다. 이 작품 역시 그의 독특한 키아로스쿠로 기법을 통해 강렬한 빛과 어둠의 대비를 사용하여 그렸다. 이 그림은 성 베드로가 십자가형을 받고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리는 장면을 담고 있는데, 순교의 순간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성 베드로는 백발에 깊게 팬 이마 주름을 간직한 채로 십자가 형틀에 못박혀 있다. 그의 곁에는 십자가형을 집행하는 형리들 외에는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다.
강한 빛은 성 베드로의 얼굴과 몸을 강조하며, 그의 영적인 구원을 암시하는데, 어둠은 고통과 죽음의 분위기를 더한다. 카라바조 특유의 사실적이고 강렬한 표현은 인물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순교의 순간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성인의 신앙과 헌신을 강조하며, 관객에게 깊은 감동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수작으로 손꼽힌다.
카라바조의 예술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깊은 역사적, 문화적, 그리고 감정적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종교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성인들과 신성한 인물들을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표현해서 종교적 이야기를 더욱 친근하고 공감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당시에 혁신적이었던 키아로스쿠로 기법을 사용해 강렬한 명암 대비를 통해 인물과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이는 그의 작품에 독특하고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또한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감정과 상황을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하여, 관객이 그 순간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예술과 관객 사이의 강한 연결고리를 형성시켜 준다.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 초반까지의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의 문화와 사상을 반영한 카라바조의 작품은 그 시대 문화와 사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그 시대의 사회적, 종교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강렬한 작품 속 감정 표현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받게 하는데 특히 종교적 순교와 회심의 순간들을 다룸으로써 인간의 고통과 영적인 구원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렇듯 카라바조의 예술적 접근과 표현방식은 현대의 예술가와 관객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의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우리는 예술의 힘과 그 뒤에 숨겨진 깊은 이야기도 경험할 수 있다.
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