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력과 힘의 상징인 흰머리 독수리가 공식 국조가 됐다고 CNN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크리스마스이브인 전일 흰머리 독수리에 국조의 영예를 수여하는 법안을 포함해 총 50개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은 1776년 건국 이래 거의 250년 가까이 국조를 둔 적이 없다. 건국의 아버지로 꼽히는 벤저민 프랭클린을 포함해 조지 워싱턴과 존 애덤스, 토머스 제퍼슨 등 미국 역대 1~3대 대통령은 국조를 만드는 임무를 맡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립독수리센터의 국가조류이니셔티브 공동의장인 잭 데이비스는 “흰머리 독수리가 국조가 아니었을 때도 250년 가까이 국조라고 불렀다”면서 “그러나 이제 이 타이틀은 공식화됐고, 어떤 새보다도 이 명칭이 어울린다”고 말했다.
흰머리 독수리를 국조로 지정하는 법안은 미네소타 주 의원들이 주도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흰머리 독수리 개체군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맹금류인 흰머리 독수리는 흰머리, 노란 부리, 갈색 몸이 특징으로 많은 사람에게 친숙하다. 1782년 디자인이 완성된 이래로 대통령기, 군 휘장, 통화, 인장 등 미국을 상징하는 다양한 곳에 등장한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한쪽 발톱에 올리브 가지를, 다른 쪽 발톱에 화살 다발을 들고 있는 흰머리 독수리 인장에 익숙하다.
미국 재향군인회에 따르면 흰머리 독수리는 전 세계의 다른 독수리와 마찬가지로 여러 세대에 걸쳐 힘ㆍ용기ㆍ자유ㆍ불멸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단 다른 독수리와 달리 흰머리 독수리는 북미에서만 자생했다.
1940년 제정된 국가 상징법에 따라 보호받고 있으며, 이 동물을 판매하거나 사냥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 새들은 한때 멸종 위기에 처해 있었지만, 2009년 이후 환경 보호 정책과 보존 노력으로 개체 수가 많이 증가했다.
흰머리 독수리의 국가적 지위에 대해 모든 사람이 동의한 것은 아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흰머리 독수리가 국가를 대표하는 새가 되는 것에 반대하며,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도덕적으로 나쁜 성격을 가진 조류”라고 평했다.
한편 바이든은 이날 글로벌 호텔 체인인 힐튼의 상속자이자 할리우드 스타 패리스 힐튼이 지지해온 아동학대 방지법, 공직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연방 의원의 퇴직금 수령을 금지하는 법안, 대학 캠퍼스 괴롭힘 방지법 등에도 서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