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열에 일곱 “내년 노사관계 더 불안”
유통시장 내년 0.4% 성장 전망··· 2020년 이후 최저
국내외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환율 변동성 확대, 내수부진 장기화 등이 겹치면서 재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년 1월 국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은 역대 최장기 연속 부진 기록을 썼다.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고용 안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내년 노사관계 불안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6일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큰 수렁에 빠질 수 있다"며 "경영환경 불확실성으로 내년 사업 계획은 애초 계획보다 보수적으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를 보면, 내년 1월 전망치는 84.6을 기록했다. BSI 전망치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이 전월보다 긍정적이며 100보다 낮으면 전월보다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99.1)부터 기준선(100)을 2년 10개월 연속 하회하고 있다. 1975년 1월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장기 연속 부진 기록이다.
전망치 하락폭도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4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치솟고 물류비마저 오르면서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소비 심리 위축으로 내년 국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이 0.4%에 그칠 것이란 대한상공회의소 전망도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2020년(-1.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미국 우선주의와 관세 인상에 대한 우려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2025년을 좌우할 강력한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며 “국내 유통기업들은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준비하고, 정확한 분석을 통해 리스크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 관계도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회원사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노사관계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69.3%는 노사관계가 더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의 주요 이유로는 △정년 연장 등 다양한 노조의 요구(59.6%) △경제여건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관련 투쟁 증가(18.3%) 등이 높게 나타났다.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는 정년 연장(34.6%), 고용 안정(19.5%)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정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기업들은 최근 경제 및 정치 불확실성에 더해 노사관계 불안에 대한 우려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며 “최근의 경제 위기와 사회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푸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트럼프 신정부 등 대외 경영환경 변화에 더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환율 변동성 확대, 내수부진 장기화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환율 안정 노력과 함께 산업 활력 회복을 위한 지원 등 경제 살리기에 만전을 기하고,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입법 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