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에 1464.8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24일) 주간 종가보다 8.4원 오른 수치다. 환율은 1455.2원에 장을 시작한 후 장초반에 빠른 속도로 상승폭을 확대하며 1465원을 웃돌았다. 이는 2009년 3월 16일 장중 고점 1488.5원 이후 최고치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13일 1483.5원 이후 최고치다. 2일 주간 종가 1401.3원을 고려하면 이달 들어 63.5원 급등했다.
환율은 달러 강세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원화 약세 영향을 받았다. 연말이란 시기적 특수성으로 거래량이 많지 않은 가운데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요인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긴 것이다.
이날 달러인덱스(DXY,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는 장중에 108선을 웃돌았다. 이달 초 106선에서 등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2% 상승했다. 여기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원화에 약세 압력이 가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아시아 장에서 달러가 위안화, 엔화, 원화 대비 모두 상승해 달러 매수세가 들어왔다”며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발의 여부가 24일부터 환율이 장중 1460원을 찍는 과정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 심리는 연이어 탄핵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사실상 무정부 상태라고 얘기를 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니까 심리적으로 국가 컨트롤 타워가 계속 흔들리는 것이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참가 관계자는 “연말이라서 거래량도 많지 않고, 거래 참여자도 적어서 장이 얇은 상태여서 한 방향으로 일부 수요가 들어오면 그쪽으로 움직이는 흐름”이라며 “외국인 매도세도 환율 상승에 무관하지 않고, 달러인덱스가 108까지 상승한 것 역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환당국도 환율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 환율은 강달러와 비상계엄,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국내외 요소가 혼재된 것”이라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가능성 등도 환율에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치솟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성적으로 그렇게 간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이 꼭짓점일 수도 있다”며 “정부 대응이 아직 끝이 아니고 근본적인 원인도 남아 있으니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