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탄핵 사태로 경제수장이 대통령과 국무총리 역할까지 겸하는 헌정사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내년 1%대 저성장이 전망되는 한국 경제가 풍전등화 위기에 직면했다.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달은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 등 국정 전반을 담당해야 하고, 야권의 추가적인 탄핵 여지도 남아 있다. 온전히 국정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 혼란 수습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27일)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재석 192명 중 찬성 192명으로 가결했다. 한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다음 서열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 직무를 겸하게 됐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서면 대국민담화에서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굳건한 안보, 흔들림 없는 경제, 안정된 치안 질서 등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교·국방·치안 수장에게 서면 지시를 내리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는 등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14일)에 이어 한 권한대행까지 2주 만에 탄핵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그 역할을 최 권한대행이 이어받으면서 경제 대응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내년 1%대 성장을 정부가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23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내년 성장 전망은 잠재성장률(2%)보다 소폭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외환·금융시장은 강달러와 계엄·1차 탄핵 충격파로 암운이 드리운 상태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넘어섰고 코스피는 장중 24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추가 탄핵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는 요소다. 더불어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과 쌍특검법(내란 특검·김건희 여사 특검) 공포를 거부하면 추가로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최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발언한 것을 감안하면 야권의 이러한 요구를 곧이곧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 권한대행도 탄핵소추되면 다음 서열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또다시 국정 수장 교체기를 맞으면 대외신인도 추락은 물론 출범을 앞둔 미국 트럼프 정부 대응 여력도 떨어지게 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제에선 불확실성이 가장 나쁜데 현재 상황은 성장률이 1%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도 그렇고 6월 이후에 새 정부가 들어설지 유지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어느 때보다 성장률 예측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