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공기업 지분매각 작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영화 1호로 관심을 끌었던 안산도시개발 지분매각은 지역주민과 노조의 반대로 인해 매각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으며, 한국전력공사가 보유한 LG파워콤의 지분매각도 제3자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산도시개발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난방공사는 이달말 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발표할 방침이었으나 난항을 겪으면서 1주일 가량 연기키로 했다.
지역난방공사는 매각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과 함께 지난달 8일 예비입찰제안서를 제출한 12곳을 대상으로 제안서 평가와 검증 작업을 실시, 8곳의 컨소시엄으로 본입찰 대상자를 압축했다.
안산도시개발의 본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은 삼천리컨소시엄을 비롯, STX컨소시엄, 미래앤컬쳐컨소시엄MDH컨소시엄, 벽산, 사조기업, 동일방직, 진로발효 등 8개 컨소시엄이다.
지분매각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달 말 우선협상자를 선정한 후, 9월에는 회사 이사회 승인 청구, 10월말 주식매매계약서 체결 및 매각작업을 종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안산시민들의 민영화 반대 움직임으로 향후 일정이 연기됐다.
안산시민들은 안산도시개발이 민영화도리 경우 난방요금이 대폭 상승할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 지난 8일 안산시의회에서는 시민단체와 일반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안산도시개발 민영화를 반대하는 시민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심정구 시의회 의장은 "안산도시개발이 민영화될 경우 난방비의 인상과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안산시민들이 떠않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반대도 심상치 않다. 안산도시개발 노조가 공공성을 내세우며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의 반발을 우려한 지역난방공사가 최근 8개 후보 컨소시엄에게 "본입찰 제안서 양식을 수정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아울러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목표와 다를 수 있다는 근원적인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삼천리컨소시엄이 안산도시개발 지분을 인수할 경우 최대 주주는 지역난방공사라는 공기업에서 안산시라는 지자체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현재 삼천리컨소시엄은 지역난방공사가 매각키로 한 51% 지분과 관련, 삼천리의 지분은 42.9%, 안산시는 7.9%, 안산상의가 0.2%를 확보키로 협의한 상태다.
이에따라 삼천리컨소시엄이 안산도시개발을 최종 인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종 지분은 안산시가 49.9%로 최대 주주가 되며 삼천리는 42.9%의 지분으로 2대주주가 된다.
결국 최대주주가 공기업에서 지자체로 바뀌는 이런 구조가 과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선진화에 부합하느냐는 지적이다.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안산도시개발 지분인수와 관련해 심도깊은 논의와 함께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주 본입찰 제안서 마감 시한까지 고민하는 업체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산도시개발 지분매각과 관련한 우선협상자는 오는 8월 초 발표될 에정이다.이 같은 문제는 비단 안산도시개발 뿐만 아니라 정부가 오는 10월 상장예정인 지역난방공사도 마찬가지다.
지역난방공사 지분 매각이 이뤄지면서 자칫 정부가 지배주주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것. 이는 대주주가 민간으로 바뀔 경우 대폭적인 난방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지역난방공사 안양·부천지사가 GS파워에 매각된 직후 38.8%에 달하는 대폭적인 요금 인상 시도가 있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일부 지분 매각이며, 공공성을 보장할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며 "특히 유상증자를 통해 현재 주주의 지분율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장 후에도 민간 지분율은 2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전력공사는 LG파워콤의 1대 주주(지분 40%)이자 우선매수권을 가진 LG데이콤과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LG데이콤이 지분을 현금으로 인수하는 것에 난색을 표명하면서 제3자매각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향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한전은 인수제안서 접수 후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후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지분을 넘길 계획이다. 그러나 한전은 보유한 LG파워콤 지분의 장부가액 7577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새로운 매수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민영화 자체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지분매각이 시장상황을 염두하지 못한 채 급하게 추진된 느낌이 없지 않다"며 "자칫 민영화 작업이 상당히 늦어지거나 한전의 발전자회사 민영화 추진과 같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산도시개발은 1995년 한국지역난방공사(51%)와 안산시(42%), STX에너지(7%)가 공동 투자해 설립된 업체로 안산 고잔신도시지역 5만여세대에 지역냉·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지역난방공사가 보유한 51% 지분이 매각대상이다.
지역난방공사는 현재 정부(46.1%), 한국전력(26.1%), 에너지관리공단(14%), 서울시(13.8%)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으며 민간지분은 없다. LG파워콤은 1대 주주로 LG데이콤이 지분 40.87%을 갖고 있으며 한전이 38.80%를 보유한 상장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