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코셈 대표 “세계 최초 ‘대기압전자현미경’ 개발 목표…시장 선도주자로” [인터뷰]

입력 2024-12-29 13:34 수정 2024-12-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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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코스닥 상장…공모자금으로 연구인력 확충·R&D 박차
대기압전자현미경 상용화 추진…‘그래핀 박막·스티치 촬영’ 특허
연구용 기초과학장비, ‘트럼프 무역장벽’ 영향 밖…해외 매출 70%

코셈은 ‘상장 전은 생존, 상장 후는 성장’이라는 방향성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장 이전이든 이후든 변하지 않는 전략이 있습니다. 연구개발(R&D)을 최우선으로 하는 겁니다.

주사전자현미경(SEM) 개발·제조기업 코셈의 이준희<사진> 대표는 최근 대전 유성구 코셈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상장으로 확보한 공모자금 대부분을 기술개발에 전면 투입하고 있으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실증적으로 입증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2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코셈이 코스닥 상장 직후 가장 먼저 착수한 작업은 신사업본부 신설이다. 코셈의 신성장동력이 될 기술을 마련하는 사내 핵심 부서다. 현재까지 8명을 투입했으며 이 중 6명이 순수 연구인력이다. 홍재완 서울대 천문물리학·고체물리 박사와 맹진수 서울대 미생물학 박사, 곽동화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 박사 등이 몸담고 있다.

신사업본부 야심작은 대기압전자현미경(ASEM)이다. 코셈은 국내 최초 SEM 개발에 이어 ‘ASEM 세계 최초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그간 코셈은 저렴하면서도 성능 좋은 책상거치형 SEM을 시장에 선보였다. 수입에 의존하던 SEM을 일본 히타치, 영국 써모사이언티픽, 독일 제올 등 쟁쟁한 기초과학 장비 기업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로 자체 개발했다.

이 대표는 “히타치, 써모사이언티픽, 제올 등 주요 3사 글로벌 점유율만 69%에 달하는 과점 상태의 SEM 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은 공급자가 쥐고 있었다”며 “이런 판도를 깨고 경쟁사들보다 높은 배율(10만 배)을 제공하는 SEM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시장 파괴적 행위로 국내외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코셈이 시장 후발주자로서 글로벌 기업을 추격하는 위치에서 한 단계 도약해 선도주자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첨단 SEM으로 분류되는 ASEM 상용화로 다시 한번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ASEM은 기존에 ‘비생물’만 관찰할 수 있던 전자현미경의 한계에서 벗어나 ‘생물’까지 높은 배율로 볼 수 있는 장치다.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전자현미경은 진공 환경에서만 제대로 작동한다. 진공 상태는 생물은 견딜 수 없는 환경인 만큼 살아있지 않은 시료를 대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ASEM은 진공이 아닌 대기 상태에서도 시료 관찰이 가능하다. 기초과학 장비계에서 혁신으로 꼽히는 ASEM 개발은 그간 히타치 등 경쟁사에서도 도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기술 구현에 성공한 곳은 없다. 각종 난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미경 박막이 대기 상태에서 찢어지거나, 박막 얼룩이 남는 등의 문제가 이에 해당한다.

코셈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기존에 박막으로 주로 사용되던 질화실리콘을 신소재인 그래핀(graphene)으로 교체해 박막 내구성을 높였다. 박막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은 뒤 다른 위치에서 여러 차례 촬영해 하나의 피사체를 온전히 관찰하도록 하는 ‘스티치(stitch)’ 기술도 개발했다. 이들 기술은 모두 특허를 낸 상태다.

이 대표는 “국내 그래핀 생산 능력 기반이 갖춰지며 그래핀을 적용한 ASEM 개발 작업에 도전할 수 있었다”며 “ASEM은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SEM만으로는 향후 경쟁력까지 담보할 수 없다’는 의구심을 해결할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코셈은 ASEM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4월 국내 광학현미경 제조사인 리암솔루션 지분을 취득했다. 아울러 ASEM 외에도 학습 기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인공지능(AI)-SEM, 고분해능(FE)-SEM을 비롯해 산업용 SEM 생산도 계획 중이다. 이들 장비로 이차전지와 반도체, 철강 등 분야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기술개발에 미래를 걸고 있는 만큼 이 대표는 코셈의 펀더멘털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재집권을 앞두고 무역 장벽 우려가 커진 데 대해 SEM은 예외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기초과학 장비는 기초과학 연구를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연구용으로 반입되며 이에 대해 여러 국가에서 관세를 매기지 않는 추세”라며 “이른바 ‘트럼프발(發) 무역 전쟁’은 코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꾸준히 공들이고 있다. 40여 개국에 진출한 코셈은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70~75%가량을 차지한다. 이 대표는 “과거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았지만 북미와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대리점과 딜러망을 확충하는 작업을 이어가며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셈의 국내외 210개 고객사는 대학과 건설사부터 반도체, 이차전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디스플레이 기업 등으로 다양하다. 광학현미경보다 고배율로 관찰할 수 있으면서도 원자현미경보다 빠른 속도로 넓은 영역의 관찰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산업용 시장 확대에 나섰다.

이 대표는 “기초과학 장비는 초강대국이 늘 1등을 하는 비즈니스였고 한국은 이런 영역에 관심을 가진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면서도 “SEM은 배율과 같은 숫자로서 경쟁력을 입증하기에 R&D에 열중한다면 충분히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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