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내 항공기 사고 참사, 어떤 문제점이 비극 불렀나 [이슈크래커]

입력 2024-12-30 16:1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9일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2216편의 활주로 이탈사고로 179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에 들어가는 등 국민은 물론 해외에서도 추모의 메시지를 전하는 상황인데요.

비극적인 소식과 함께 일각에서는 어떤 문제가 이번 참사의 원인이 됐는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가장 유력한 원인은 운항 중인 항공기에 새떼가 충돌해 생기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꼽히고 있죠. 또한, 사망자를 키운 원인으로 공항에 세워진 둔덕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사고로 지금까지 일어났던 국내 항공기 사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며 당시엔 어떤 원인이 참사를 불렀는지도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사고, 중국국제항공 129편 추락 사고 등 그간 있었던 대형 항공기 사고는 무엇이 있었고, 어떤 원인으로 발생했을까요?

1983년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고

한국 국적 민항기 사고로는 최다 사망 사고로 기록된 참사로 탑승자 269명이 전원 사망했어요.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국제공항을 출발해 알래스카 앵커리지를 거쳐 김포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중 사할린 근처 모네론 섬 부근 상공에서 항공기가 추락했죠.

007편 항공기는 조종사의 착오로 경로를 이탈한 채 운항하던 중 소련 영공으로 진입했습니다. 이에 소련 방공군 소속 전투기가 출격해 항공 중인 007편을 확인했지만, 새벽 시간이라 어두웠기 때문에 민항기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어요.

소련 전투기는 경고사격을 가했지만, 007편 조종사는 날이 어두워 예광탄이 없는 경고사격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소련 전투기는 미사일 2개를 발사했고, 그중 하나가 007편 꼬리 부분에 맞고 항공기는 추락했죠.

당시는 냉전 시기라 007편의 블랙박스가 한국이나 미국 측에 전달되지 않는 등의 여파로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지지부진했습니다. 이후 1990년대 노태우 정부 들어 한국과 소련 관계가 개선되며 블랙박스를 전달받아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었죠.

1993년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 사고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 사고는 1993년 7월 26일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목포공항으로 가던 항공기가 착륙을 위해 접근하던 중 야산에 추락해 66명이 사망한 사고죠. 이 사고의 원인은 조종사의 무리한 착륙 시도가 주된 이유로 작용했어요.

당시 악천후 영향으로 조종사는 2차례나 상륙에 실패했고, 다시 3번째 착륙을 시도하다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3번째 시도의 경우 계속된 상륙 실패로 초조해진 조종사가 거리를 착각해 무리한 착륙 시도를 한 것도 착륙 실패의 원인이 됐어요. 3번째 시도 실패 후 다시 기체를 상승시키던 항공기는 산봉우리를 피하지 못하며 참사가 발생했죠.

다행이라면 강한 폭우로 인해 2차 폭발을 비롯한 항공기 화재는 발생하지 않아 앞선 사고들 대비 사망자 비율은 낮았다는 점입니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조종사 과실 외에도 공항의 부실한 장비와 환경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호남권 신공항 필요성이 대두하며 무안국제공항 건설이 결정되죠.

1997년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 사고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 사고는 국내 단일 항공기 사고 사망자 수 2위를 기록한 사고로 탑승자 254명 중 229명이 사망한 참사로 기록돼 있습니다. 서울 김포공항을 출발해 미국령 괌 안토니오 공항으로 향하던 항공기가 공항 인근 밀림 지대에 추락한 사고였죠.

이 사고는 태풍으로 인한 폭우로 조종사 시야가 가려지고 공항의 착륙 유도 장치인 글라이드 슬로프 문제도 있었지만, 조종사의 판단 실수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어요.

사고 당시 조종사들은 괌 공항 관제소로부터 글라이드 슬로프(활공각 유지장치)가 수리 중이라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충돌 몇 분 전 비행기에 글라이드 슬로프 신호가 들어왔고, 이에 조종사들은 폭우로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라 이 신호를 믿고 하강하면 활주로가 보일 것이라 판단, 신속히 항공기 고도를 내렸죠.

이에 지면과 너무 가까우면 위험 신호를 보내는 대지 접근 경보 장치(GPWS)가 신호를 보냈지만 조종사들은 이를 무시했고 항공기는 공항에서 5km가량 떨어진 니미츠 힐 중턱 밀림에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몇 년간의 조사 결과 미국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악천후 상황에서 오작동 된 안전장치를 믿은 조종사의 판단 실수와 공항 관제시설 관리 부실의 복합적인 결과로 인한 참사로 결론지었어요.

2002년 중국국제항공 129편 추락 사고

이 사고는 2002년 김해공항 근처에서 발생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불과 2개월가량 앞두고 일어났죠. 김해공항은 주변에 산이 많은 지역이라 평소에도 착륙이 어려운 지역이었고, 사고 당일엔 기상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당시 129편 조종사 3명은 보잉 767 항공기 모델을 운전한 경험이 적었고, 김해공항 선회 착륙 경험도 없었다고 해요. 또한, 선회 착륙을 할 때는 활주로가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으면 복행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착륙을 진행했죠.

이 사고로 166명의 탑승객 중 130명이 사망했습니다. 김해공항이 이전부터 착륙하기 까다로운 공항이긴 했지만, 이 사고는 조종사들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 생긴 전형적인 인재 사고로 남게 됐어요.

무안공항 제주항공 2216편 충돌 사고, 원인은?

다양한 사고 원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결국 이번 사고의 원인도 블랙박스를 비롯한 다양한 유류품을 분석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번 참사 원인 규명의 첫 단추로 꼽히는 블랙박스 일부가 손상된 것인데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의 비행자료기록장치(FDR)는 외형이 일부 손상된 채 수거됐습니다. 항철위 측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는 외형 그대로 수거됐는데 FDR은 일부 분리가 됐다며 FDR 해독에는 시간이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는데요.

FDR을 분석하면 비행기의 고도·속도·자세·조종 면의 움직임, 랜딩기어 작동, 착륙할 때 내려오는 플랩(고양력장치)의 각도 등을 파악할 수 있어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당장 엔진에 영향을 끼친 것이 조류 충돌이 맞는지 여부도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FDR에 손상이 발생하면서 첫 관문부터 난항을 겪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전 아시아나항공 기장)도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장면을 보면) 조류 충돌 때문이라고 해도 새가 들어간 모습을 볼 수도 없고, 들어가서 어떻게 충돌됐는지 확인이 안 된다. 오직 계기로만 보이는데 그 계기가 흔들리거나 계기 이상 반응을 일으켜서 엔진이 고장 났다로 결론이 나지 '조류 충돌이다' 이렇게 결론은 사실 내지 못 한다"고 말했는데요. 정 교수는 "이게 조류 충돌 결과로 엔진이 그렇게 불꽃이 보인 건지, 엔진 파손에 의한 상황이나 공기역학적 흐름 같은 게 나빠서 일어나는 콤프레셔 스톨 현상으로도 엔진에 불꽃이 나오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했죠. 결국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선 항공 당국도 '조류 충돌일 거야'라고 하지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사고 원인 규명이 최우선이 돼야 할텐데요.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현재 유가족들도 사고 원인을 두고 "인재인지, 자연재해인지 정확하게 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하루빨리 사고 원인이 규명되고 수습돼 유가족들에게도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일출도 신년 운세도 '여기서' 보는 요즘…젠지의 남다른 '새해맞이' [솔드아웃]
  • 연말 시상식, 아이돌 역조공 논란…이제는 당연해졌다? [요즘, 이거]
  • 필요없는 기프티콘, ‘기프테크’로 유용하게 활용해보자 [경제한줌]
  • 푸른 뱀의 해 “내 돈 1억 어떻게 굴릴까”...'美 인공지능·韓 조선'에 투자하라
  • 새해, 희망이 필요한 우리를 위한 ‘키워드’ [포토로그]
  • 비트코인, OI 떨어지고 매도 압력↑…9만4000달러 선 지지 [Bit코인]
  • ‘나는 솔로’ 24기 옥순, 플러팅으로 폭주…“화장 안 하면 청순, 하면 섹시”
  •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오늘 첫 발인식 엄수
  • 오늘의 상승종목

  • 01.0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3,770,000
    • +2.04%
    • 이더리움
    • 5,161,000
    • +2.99%
    • 비트코인 캐시
    • 687,500
    • +4.25%
    • 리플
    • 3,548
    • +9.04%
    • 솔라나
    • 307,700
    • +7.59%
    • 에이다
    • 1,422
    • +9.55%
    • 이오스
    • 1,223
    • +4.44%
    • 트론
    • 390
    • +2.63%
    • 스텔라루멘
    • 631
    • +12.68%
    • 비트코인에스브이
    • 78,450
    • +3.56%
    • 체인링크
    • 33,220
    • +9.64%
    • 샌드박스
    • 873
    • +5.6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