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8시를 조금 넘긴 시각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50대 여성 배모 씨는 이 같이 말하며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렸다. 직장이 시청 근처라는 배 씨는 출근길에 시간을 내 분향소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몇 분은 더 살아계실 줄 알았는데 너무 많이 돌아가시니까 마음이 아프다”면서 “저희도 부모님 칠순 기념 가족 여행 가려고 계획했는데 피해자들도 가족여행 떠났다고 하니까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은 지난 29일 무안 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추도를 위해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시청 본관 정문 앞에 설치, 이날 오전 8시부터 운영 중이다. 분향소는 국가애도기간인 내달 4일까지 닷새간 운영될 예정이다.
평일 아침이었던 탓에 조문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발걸음이 끊이지는 않았다. 대부분 조문객들은 차분한 표정과 몸짓으로 헌화를 하고 묵념하는 모습이었으나 울음을 터뜨리거나 훌쩍이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오전 7시부터 인천에서 온 중년 여성도, 왕십리에 직장을 뒀다는 중년 남성도 “마음이 안 좋아서 왔다”면서 조문 후 종종걸음을 옮겼다.
광화문에 직장이 있다는 박현정(33) 씨는 “뉴스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조문하러 왔다”며 “처음 뉴스를 봤을 때는 그렇게 큰 사고일줄 몰랐고, 그래도 생존자가 좀더 있을 줄 알았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날 60대 남성 A 씨는 “연말인데 정치 상황도 혼란스럽고 마음이 안 좋다”면서 “전체적으로 나라가 안정됐으면 좋겠다”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분향소가 차려진 곳 옆에는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마련한 ‘재난 심리지원 현장상담소’도 차려졌다.
서울시 통합심리지원단 관계자는 “분향소에 방문한 시민들이 감정이 조금 격해질수도 있고, 계속 사고 내용을 접하면서 잠을 잘 못 이루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그런 분들이 일상생활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안내하는 것”이라면서 “오늘도 중간중간 관심 갖고 자료를 받아간 시민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오 시장은 시 간부들과 헌화 후 “애도의 마음을 표할 수 있도록 분향소를 마련했으니 많은 시민이 함께 마음을 모아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