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수입 의존하는 식품ㆍ뷰티에 찬물…국내 소비위축 도미노 우려도
지난해 역대급 호황을 누린 K푸드와 K뷰티 기업들이 나날이 치솟는 환율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25년에도 원ㆍ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해외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원자재 비용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과 K콘텐츠 흥행 약화 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ㆍ달러환율은 전일 종가(1467.5원)보다 5원 오른 1472.50원에 2024년 마지막 장을 마쳤다. 시장에서는 고환율 흐름이 2025년 들어서도 지속돼 1500원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환율 1500원대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고 노무라증권도 상반기 환율이 1500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봤다.
고환율 이슈는 수출 비중이 높은 K푸드와 K뷰티기업에 중장기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높다. 특히 내수 한계 속 해외 시장에 힘을 싣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올해 누적 수출액 통계(~11월)에 따르면 국내 농식품 수출액 규모는 전년 대비 8.1% 상승한 90억4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라면과 음료 등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화장품 수출 규모 또한 사상 최대치인 93억 달러(약 13조5000억원)로 집계됐다.
고환율 이슈에 직면한 국내 기업들의 가장 직접적인 악재는 완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재료ㆍ원자재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국내 식품사의 약 70%가 수입 원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 CJ제일제당은 2024년 8월 반기보고서를 통해 환율이 10% 가량 뛸 경우 세후 이익이 198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다른 식품기업인 대상도 환율 5% 상승 시 이익 감소액(세전)이 91억 원에 달한다고 봤다. 뷰티업체 역시 수입 원자재에 따른 고비용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국내 소비심리 위축이 글로벌시장에서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푸드와 K뷰티의 인기가 K콘텐츠의 전세계적 흥행에서 비롯된 만큼 한국에서의 흥행과 입소문이 해외시장 분위기도 좌우할 수 있어서다. 국내 소비 위축이 K콘텐츠의 위상 약화로 이어질 경우 제품 흥행과 수출길 확대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밖에 중국과 더불어 최대 수출국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 후폭풍도 또다른 주요 악재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재집권 시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중국은 ‘60%’, 나머지 국가에는 ‘10~20%’ 수준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다.
현재 국내 소비재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되고 있는 만큼 관세 부과와 환율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주로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삼양식품과 오뚜기 등은 직접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보호관세는 한국과 같은 FTA 체결국으로 확대 적용될 것"이라며 "미국 수출에 주력하는 식품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