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노리는 MBK, '집중투표제' 반대 이유는?

입력 2024-12-3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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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집중투표 방식 이사 선임 안건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MBK파트너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최대 분수령인 임시주주총회가 내달 열린다. 이번엔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이 도입을 제안한 '집중투표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MBK파트너스·영풍 측(MBK 컨소시엄)은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았고, 고려아연 측은 이사회 장악 목표에만 매몰돼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MBK 컨소시엄은 내달 23일 개최되는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제2호와 제3호 의안 상정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소수주주가 의결권을 집중해 특정 후보에 표를 몰아줄 수 있기 때문에 대주주를 견제하고 소수주주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MBK가 집중투표제 반대하는 세 가지 이유

MBK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주주가 집중투표를 청구할 시점에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없어야 한다는 상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주주인 유미개발이 집중투표 방식을 청구한 10일에 고려아연 정관에는 집중투표제 도입이 가능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10월 28일 MBK 컨소시엄이 청구한 임시주총의 이사 선임 안건은 단순투표 방식으로 이사 14명을 선임하는 게 골자였기 때문에 임시주총 소집청구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했으며, 주주제안 마감일이 임박해 집중투표를 청구한 점도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MBK 관계자는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것을 몰랐던 최대주주 측(MBK 컨소시엄)과 나머지 주주들은 집중투표제에 따른 이사 후보 추천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보다 이사회 장악이 목적"

MBK가 경영권 인수에 나선 배경으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해온 만큼, 대표적인 소수주주 보호 방안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상법 개정으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으나 정관에서 배제하지 않는 한 집중투표를 통한 이사 선임을 허용하는 '옵트아웃' 방식을 택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지표 중 하나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권장하고 있고,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들에 제도 도입 여부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고려아연은 "주주가 회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제안하는 것은 상법상 적법한 행위이며, 정관 변경 가결을 전제로 사전에 주주제안을 한 조건부 집중투표 역시 합법적이라는 게 대법원 판례로도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중투표제 자체의 취지와 의미, 효과 등에 집중하기보다 임시주총에서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계획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만 매몰된 채 판단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외에도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도 상정했는데, 두 안건이 모두 통과되면 14명 이사를 추가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MBK 측의 계획이 틀어진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13명으로,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하면 나머지 12명은 최 회장 측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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