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3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가범죄 공소시효 배제법’(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재석 289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5명, 기권 5명이다.
개정안은 국가권력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 및 조작·은폐 행위 관련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게 핵심이다. 그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적용도 배제한다.
법안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르거나 군 지휘관·지휘자가 사람을 중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등을 반인권적 국가범죄로 정의했다. 직무 수행 과정에 수사 공무원이 직권남용, 증거인멸, 범인은닉, 위증 등을 저질러도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포함되도록 했다.
반인권적 국가범죄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선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했다. 유족은 피해 사실이나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5년간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수사기관을 지나치게 압박하고 수사 공무원의 인권을 탄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 법의 ‘반인권적 국가범죄’는 적용 시점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문제”라며 “직무수행 과정에서 사건 실체를 조작·은폐하기 위해 범한 죄와 같은 불명확한 개념은 예측이 불가능해 범죄 범위가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어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도리어 수사 공무원의 인권을 탄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국가 폭력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건 국민의 명령이자 정의의 실현”이라며 “수많은 사람이 전두환·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재에 의해 죽어갔다. 이들을 공소시효라고 하는 이름으로 해방시켜야 하겠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