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명의 희생자와 남겨진 유족들…먹먹한 마음에 움직인 한국인들 [해시태그]

입력 2024-12-3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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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전남 무안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어린이가 희생된 3세 아동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30일 전남 무안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어린이가 희생된 3세 아동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평온했던 연말의 일요일. 아침부터 연이어 터진 속보에 눈을 떼지 못했는데요. 그저 속으로 ‘제발’을 외치며 생존자를 기다렸지만, 그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죠. 안타까운 현실에 마음은 먹먹해졌는데요.시선은 무안국제공항에서 절규하는 남겨진 유족들에게 향했습니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 탑승자들은 내리지 못했는데요. 오전 9시 7분께 해당 여객기는 활주로를 이탈해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안전시설)와 철근 콘크리트 소재의 둔덕(외벽)에 잇달아 충돌하며 폭발했습니다. 여객기는 폭발로 반파되며 꼬리만 남기고 형체도 없이 사라졌는데요. 활주로 주변에는 산산조각이 난 파편들만이 흩어졌습니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야간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야간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비행기 꼬리 쪽 후미에 탑승했던 제주항공 소속 남녀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곤 그 어떤 생존자도 없는 참사였는데요. 탑승객 175명, 조종사를 비롯한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비극적 사고였습니다.

초반 구조된 생존자가 나오면서 유족들과 시민들은 추가 생존자에 대한 기대를 걸었지만, 전남소방본부는 탑승자 가족을 대상으로 당일 오후 현장 브리핑을 열어 “총 탑승자 181명 중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밝혔죠. 소방본부는 “담장과 충돌한 이후 기체 밖으로 승객들이 쏟아졌다.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유해 위치를 확인해 수습하고 있어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내 무안공항은 절규와 울음으로 가득 찼는데요. 유족들의 가느다란 희망이 사라진 순간, 장내 관계자들과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도 숙연해졌죠.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청사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2216편으로,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여객기에 탑승한 181명 중 구조자 2명을 제외한 인원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조현호 기자 hyunho@)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청사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2216편으로,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여객기에 탑승한 181명 중 구조자 2명을 제외한 인원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조현호 기자 hyunho@)


어느 하나 안타깝지 않은 사연이 없었습니다. 무안공항의 위치에서 알 수 있듯 희생자는 광주와 전남 지역에 몰렸는데요. 특히 가족 단위 등의 탑승자가 많았습니다. 광주에서 81명, 전남에서 76명의 희생자가 나왔죠. 팔순 잔치를 위해 자녀 3명과 친인척 5명 등 모두 8명과 태국 방콕 여행에 나섰다가 참사를 당한 사연. 퇴직을 앞둔 동료들과 함께 태국 여행에 나섰던 화순군청 전·현직 공무원들, 동기 모임에 나선 전남도교육청 공무원들도 있었죠. 암 치료를 받고 첫 해외여행에 나선 어머니, 예약 비행기보다 하루 빨랐던 사고 여객기를 탔던 가족까지… 그야말로 눈물 가득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30일 전남 무안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희생된 3세 아동을 위한 장난감이 놓여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30일 전남 무안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희생된 3세 아동을 위한 장난감이 놓여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3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불의의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1월 4일 24시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한다”고 밝혔는데요. 정부는 무안공항 현장과 전남, 광주, 서울, 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으며, 전 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은 조기를 게양하고 공직자는 애도 리본을 단다고 알렸습니다.

시민들도 마음으로 행동으로 이 국가애도기간에 동참했는데요. 합동분향소를 찾고,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의 마음을 표하는 것을 넘어 직접 행동으로도 함께했죠.


(이투데이DB)
(이투데이DB)

(이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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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유가족들을 위한 쉘터가 마련되어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유가족들을 위한 쉘터가 마련되어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무안공항으로 달려간 건데요. 현재 시신 인도와 신원 확인을 위해 무안공항에 머무는 유족들을 도우러 나선 거죠. 지자체와 기업, 봉사단체 등이 텐트와 담요, 각종 먹거리를 들고 현장을 찾았는데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빈 곳을 다 채울 수는 없지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고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봉사자들은 1000여 명이 먹을 떡국과 곰탕, 빵, 생수 등을 준비하며 슬픔을 함께했고, 공항 건물 밖에는 임시 샤워시설, 심리 상담 지원 버스까지 동원됐습니다. 양말과 수건, 핫팩 등 당장 급한 생필품 등을 챙겨나온 이들도 있었죠.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안유성 셰프도 무안공항을 찾았는데요. 광주 출신의 안유성 셰프는 김밥 200인분을 직접 만들어 유족들에게 나눠줬습니다. 그는 “촬영 일정이 있었지만, 직원들과 함께 새벽부터 김밥을 싸서 나왔다”며 “다 우리 가족들과 연결돼 있다. 음식으로라도 봉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는데요. 안유성 셰프는 새해에는 떡국을 들고 다시 현장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부근에 국화와 편지가 놓여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부근에 국화와 편지가 놓여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직접 현장을 찾지 못한 시민들은 선결제로 유족들을 위로했는데요. 무안공항 2층의 한 카페에는 한 시민이 아메리카노 100잔과 카페라테 100잔을 유가족들이 마실 수 있도록 ‘선결제’를 했죠. 해당 카페에는 ‘봉사자 및 유가족은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 드시길 바랍니다. 선결제 됐다’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방송계도 이런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모든 방송과 공연 등 주요 일정이 국가애도기간에 맞춰 조정된 건데요. KBS, SBS, MBC 등 지상파 3사는 연예대상 및 연기대상 등 연말 시상식 결방을 확정했습니다. MBC는 ‘2024 MBC 방송연예대상’은 취소를 결정했고 ‘2024 MBC 연기대상’과 ‘2024 MBC 가요대제전 워너비(WANNABE)’는 녹화방송으로 진행, 당일 방송은 결방하기로 했죠. SBS는 ‘2024 SBS 연예대상’을 취소했고, KBS 또한 ‘2024 KBS 연기대상’ 생방송 편성을 취소하고 녹화방송으로 전환했습니다. 이 외에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이 결방되고 뉴스 특보나 대체 프로그램이 편성됐는데요. JTBC ‘톡파원 25시’와 ‘'최강야구’도 당일 결방을 확정했습니다.

영화, 드라마 홍보 일정도 전면 중단됐는데요. 영화 ‘하얼빈’,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등이 홍보일정을 취소했고, 디즈니+ 새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와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또한 언론시사회와 제작발표회 일정을 변경했죠.


(출처=일본 TBS 방송 캡처)
(출처=일본 TBS 방송 캡처)


가요계도 새 앨범과 음악, 프로모션 등의 일정을 미뤘는데요. 일정을 변경할 수 없는 행사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애도의 마음을 전했죠. 30일 일본 TBS에서 생방송 된 '제66회 빛난다! 일본 레코드대상'에 참석한 한국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와 르세라핌, 뉴진스, 아일릿은 모두 왼쪽 가슴 위에 검은 리본을 달았습니다.

전남 무안군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방송인 박나래는 고향의 안타까운 소식에 관할 지자체를 통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지원 기부금을 전달했는데요. 기부 액수는 박나래의 의사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상실감에 빠진 유족들과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향한 작은 위로의 마음이 이렇게 모였는데요. 그래도 힘을 내길 바라는 진심들이 그 차가운 현장 분위기를 바꿔주길 잠시나마 바랄 뿐이죠. 합동분향소에 국화를 내려놓는 모두의 기도처럼 말입니다.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부근에 국화와 편지가 놓여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부근에 국화와 편지가 놓여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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