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희망이 필요한 우리를 위한 ‘키워드’ [포토로그]

입력 2025-01-02 11:00 수정 2025-01-0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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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한 2024년을 지나 2025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당신을 움직인 ‘키워드’와 새해 당신을 이끌 ‘키워드’는 무엇인가? 다양한 분야에서 만난 16인의 메시지 속 삶과 지혜를 통해 2025년을 더욱 의미 있게 시작해보자.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만학도가 모여 있는 서울 마포구 일성여중고. 성인여성을 위한 학력인정 2년제 학교다. 일성여고는 18년 연속 졸업생 100% 대학 합격을 기록했다. 수험생에서 예비대학생으로 성장한 오복순(72)·임태수(83) 씨. 본지가 만난 두 사람은 늦은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꿈꿨다.

▲오복순 씨가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일성여고 교실에서 2024년은 ‘도전’, 2025년은 ‘건강’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오복순 씨가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일성여고 교실에서 2024년은 ‘도전’, 2025년은 ‘건강’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임태수 씨가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일성여고 교실에서 2024년은 ‘일성여고’, 2025년은 ‘대학’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임태수 씨가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일성여고 교실에서 2024년은 ‘일성여고’, 2025년은 ‘대학’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오복순 "건강이 제일"…임태수 "대학서 새로운 도전을"

일성여고 3학년 5반 급장인 오복순 씨는 2024년을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대학을 목표로 열심히 바쁘게 살았다는 오 씨는 이미 "일성여고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말했다. 한자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도사 자격증까지 마쳤다는 오 씨는 영어 스피치 경연대회를 앞두고 있다.

올해는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놓은 오 씨는 "대학교는 3군데 붙었는데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할 예정이다. 올해는 건강도 챙기고 조금 쉬어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또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일성여고에서 최고령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이었던 임태수 씨는 지난해 '일성여고'에서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 것을 가득 채웠다. 임 씨는 "일성여고를 몰라서 못 오는 사람들이 많다. 배움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일성여고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대학'에서 배움의 폭을 더 넓힐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임 씨는 "이제 나도 대학생이 된다. 동아리 활동도 해보고 싶고, 대학에 가서 내가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주고 서로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궁극적으로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돈을 벌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보다 남을 돕기 위해 사회에서 봉사하고 살았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신 관광객 도미니카 코왈치크씨가 서울 중구 명동에서 2024년은 ‘freedom’, 2025년은 ‘kindness’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신 관광객 도미니카 코왈치크씨가 서울 중구 명동에서 2024년은 ‘freedom’, 2025년은 ‘kindness’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여행객이 바라본 한국은…"서로에게 더 친절한 오늘이 되길"

서울에서 사람 많은 곳으로 손꼽히는 곳, 명동에서 관광객 도미니카 코왈치크(22) 씨를 만났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여행 온 그는 친구로부터 추천을 받아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다만 시국이 좋지는 않았다.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얼룩진 한국의 상황에 외국인의 입장에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2024년 키워드로 '자유(Freedom)'를 선택한 도미니카 씨는 "모든 사람은 자유로워야 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함께한 지난 몇 년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을 받았고, 지금처럼 자유로운 여행은 불가능했다"며 "그래서 나에게 자유는 중요하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고 의미심장한 답변을 내놨다.

올해 키워드로 '친절(Kindness)'을 꼽은 도미니카 씨는 "그것(친절)이 이 세상에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가끔은 아주 무례할 수 있지만, 모두가 조금이라도 서로에게 더 친절하다면 모두가 더 행복한 사람이 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형진 서울대교구청 안내원이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2024년은 ‘만족’, 2025년은 ‘성취’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유형진 서울대교구청 안내원이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2024년은 ‘만족’, 2025년은 ‘성취’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진규 구세군 봉사자가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에서 2024년은 ‘사랑’, 2025년은 ‘결혼’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진규 구세군 봉사자가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에서 2024년은 ‘사랑’, 2025년은 ‘결혼’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새해 소망을 비는 사람들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어요"

"올해 여러 가지 이뤄야 할 일들이 있어요. 꼭 이뤄지길 바랍니다."
"여자친구와 결혼이라는 결실이 맺어지길~"

명동에서 도미니카 씨와 함께 만난 서울대교구청 안내원 유형진(70) 씨와 구세군 봉사자 김진규(29) 씨는 올해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퇴직한 후 서울대교구청 안내데스크에서 사람들을 안내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 유 씨는 최근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며 "요즘 다들 힘들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결국 살아있다. 걱정하지 마시라. 모든 것이 다 잘 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가정에서 이뤄야 할 일들이 있다. 내 개인적인 성취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식들이 성취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고, 그것이 곧 나의 성취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키워드로 '성취'라는 단어를 꼽았다.

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김 씨는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꿈꿨다. 소방관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는 그는 "지난해 1월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를 만나 정말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한해를 보내서 작년 한 해는 '사랑'을 키워드로 선택했다. 그 인연인 여자친구와 차근히 결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로 '언제 결혼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것까지 이야기하고 있어서 올해 키워드로 '결혼'을 꼽았다"며 "꿈꾸는 가정생활은 여자친구 닮은 딸을 낳고 서로 배려하고 도와가면서 지내는 것"이라고 했다.

구세군 봉사활동을 하면서 더 희망적인 대한민국의 미래를 봤다고도 했다. 그는 "구세군 봉사를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경제가 힘들수록 생각보다 모금이 많이 된다는 것"이라며 "도와주는 분들이 기쁘게 돈을 넣어주면 우리도 '감사합니다'라고 답한다. 그분들이 따뜻하게 한마디 해주실 때 보람도 있다. 어려울수록 서로 도와가면서 격려 한마디라도 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였음 좋겠다"고 전했다.

▲양동준 씨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모야끼에서 2024년은 ‘고진감래’, 2025년은 ‘진인사대천명’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양동준 씨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모야끼에서 2024년은 ‘고진감래’, 2025년은 ‘진인사대천명’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고우진 씨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종로계림닭도리탕워조 논현점(계림식당)에서 2024년은 ‘절약’, 2025년은 ‘번창’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고우진 씨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종로계림닭도리탕워조 논현점(계림식당)에서 2024년은 ‘절약’, 2025년은 ‘번창’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남상규 씨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종로계림닭도리탕워조 논현점(계림식당)에서 2024년은 ‘상생’, 2025년은 ‘공존’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남상규 씨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종로계림닭도리탕워조 논현점(계림식당)에서 2024년은 ‘상생’, 2025년은 ‘공존’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소상공인의 '한숨'…"그래도 더 나아지겠죠" 희망의 2025년

경기 불황과 '12·3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연말연시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고 외식업계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가고 있다. 그래도 본지가 만난 소상공인들은 지난해 가시밭길을 걸었으면서도 '긍정'과 '희망'의 정신을 떠올렸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모모야끼'를 운영 중인 양동준(45) 씨는 장사를 10여년간 해오다 코로나19 사태로 가게를 접고 2년 정도 쉬었다. 논현동에 가게를 오픈한지 7개월 정도 됐다는 양 씨는 지난해 백수생활을 끝내고 가게를 연 것이 가장 큰 성취였고 기쁨이었기에 '고진감래'를 2024년 키워드로 선택했다. 올해도 결과에 대한 기대나 예측보다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을 키워드로 꼽은 그는 "가족들이 다 무탈하게 행복하게 부족함 없이 사는 게 제 인생의 목표"라고 소탈한 바람을 드러냈다.

논현동에서 중학교 친구끼리 '종로계림닭도리탕원조 논현점(계림식당)'을 차려 동업을 하고 있는 고우진(42)·남상규(42) 씨는 최근 상권이 어렵다면서도 "우리만 잘 사는 게 아닌 다 같이 잘 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고 씨는 코로나19가 끝나고 장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본사에 있는 친구인 남 씨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렇게 동업을 시작한 두 사람은 해가 지날수록 오히려 힘들어졌고, 서로가 월급을 낮춰서 가져가면서 위기를 돌파했다. 그렇게 2024년 키워드를 '절약'으로 꼽은 고 씨는 "올해는 큰 것은 바라지 않고 코로나19 끝났을 때 만큼만 매출이 올라가 가게가 '번창'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지난해 키워드로 '상생'을 꼽은 남 씨는 "동네가 어려운데 이럴수록 다 같이 장사가 잘 돼야 좋다. 코로나19 사태 때는 이 시간을 극복해내면 된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언제 나아질지 모르겠다는 우려도 든다"며 "상생하고 '공존'하면서 올해는 다 같이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금은 버텨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버티다보면 또 좋은 일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산다. 소상공인 모두 다들 힘들겠지만 조금 힘내서 또 살아가다보면 좋은 날이 오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냈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2024년은 ‘노벨상 수상 축하’, 2025년은 ‘한국문학을 세계문학으로’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2024년은 ‘노벨상 수상 축하’, 2025년은 ‘한국문학을 세계문학으로’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현구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편집장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2024년은 ‘도서전’, 2025년은 ‘정책’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김현구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편집장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2024년은 ‘도서전’, 2025년은 ‘정책’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탄생…"출판업계도 살아나길"

2024년에는 기쁜 소식도 있었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새해에도 한강의 작품들은 베스트셀러 순위를 독식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높아진 위상만큼 올해 한국 문학이 국내·외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기대가 모인다. 한국 문학을 해외에 소개해온 한국문학번역원 전수용(70) 원장과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김현구(28) 편집장을 만나 한국 문학의 어제와 오늘의 ‘키워드’를 물어봤다.

전수용 원장은 지난해 8월부터 한국문화번역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번역원장으로 처음 취임했을 때 주위에서 '한국문학이 이젠 노벨상을 타야하지 않겠나'라고 했는데 정신없이 일하는 사이에 그런 영광이 주어져 너무나 기쁘고 정말 '축하'할 일이라며 기뻐했다. 전 원장은 "사람들이 한강 작가 이외에 한국문학에 어떤 것이 있을까 폭넓은 관심을 가질 것이고 이 여파가 다른 작가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제는 '세계인들에게 한국문학'을 스토리로 엮어서 보여줄 때가 됐다. 한국문학이 세계인들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하는 게 내 사명"이라고 밝혔다.

번역원은 1996년 설립 이후 44개 언어권에서 2200여건의 번역·출간을 지원해왔다. 한강 작가의 작품들도 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28개 언어로 전 세계에서 총 76종의 책으로 출간됐다.

출판전문지 기획회의의 김현구 편집장은 지난해 키워드로 '도서전'을 꼽았다. 서울 국제도서전뿐 아니라 군산 북페어, 전주책쾌, 제주 북페어 등 다양한 지역의 도서전이 활발하게 이뤄졌고 출판사뿐 아니라 독자들도 많은 호응을 해줬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올해는 출판업계가 더 성장하기 위해 '정책'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기를 바랐다. 김 편집장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이전까지 경직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나 독자들의 선택이 한강 작가뿐 아니라 다른 한국 작가들에게로 퍼지면서 좀 더 활발하게 출판업계가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 출판 정책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도 출판 정책을 다루는 연재를 시작함으로써 그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하려 한다"고 했다.

▲이향림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대리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2024년은 ‘1438.30’, 2025년은 ‘트럼프 2기’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향림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대리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2024년은 ‘1438.30’, 2025년은 ‘트럼프 2기’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진욱 하나은행 FX플랫폼사업부 대리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2024년은 ‘도전과 설렘’, 2025년은 ‘평안’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진욱 하나은행 FX플랫폼사업부 대리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2024년은 ‘도전과 설렘’, 2025년은 ‘평안’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불확실성 해소 통해 우리 경제도 '성장'하길

국내 주식시장도 2일 오전 10시를 기해 새해 첫 거래가 시작됐다. 지난해는 불확실성 속에 시장이 다소 침체됐다. 코스피 지수는 1년 새 10%가까이 하락했고, 코스닥은 20% 넘게 추락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는 불확실성 해소를 통해 다시 시장이 반등하길 기대했다.

이향림(35)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대리는 고환율에 대한 우려를 했다. 특히 올해 미국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탄생하는 만큼 여기에 따른 국내 영향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작년 키워드는 '1438.30'(지난해 12월 11일 인터뷰 당시 장중 원·달러 환율 최고치)을 적었다.

이향림 대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이후 강달러를 보였는데 최근 계엄령 이슈까지 더해 올해 가장 높았던 장중 환율이 국내·외적 정세를 포함한다고 생각했다"며 "올해는 트럼프 2기가 탄생하면서 새로운 변동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진욱(33) 하나은행 FX플랫폼사업부 대리는 외환시장에 새로운 움직임이 많았던 지난해를 떠올리며 '도전과 설렘'을, 올해는 불확실성이 이른 시일 내 해소돼 국내 증시와 환율, 경제가 모두 탈 없이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평안'을 키워드로 잡았다.

이진욱 대리는 "지난해 초부터 연말까지 경제적으로도 많이 좋지 않은 상황이고 최근 정치이슈도 같이 반영되면서 국내 증시가 조정되거나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불확실성이 해소돼 '평안'한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남재연 씨가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서 2024년은 ‘여행’, 2025년은 ‘가족’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남재연 씨가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서 2024년은 ‘여행’, 2025년은 ‘가족’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강하영 코레일 문화홍보처 SNS팀 대리가 서울역에서 2024년은 ‘코레일’, 2025년도 ‘코레일’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강하영 코레일 문화홍보처 SNS팀 대리가 서울역에서 2024년은 ‘코레일’, 2025년도 ‘코레일’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백경선 세종소방서 119 구급대원이 세종 어진동에 위치한 세종소방서에서 2024년은 ‘FIRE’, 2025년은 ‘STONE’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백경선 세종소방서 119 구급대원이 세종 어진동에 위치한 세종소방서에서 2024년은 ‘FIRE’, 2025년은 ‘STONE’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서지성 씨가 경기 안양에 위치한 자택에서 2024년은 ‘긍정’, 2025년은 ‘행복한 새 출발’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서지성 씨가 경기 안양에 위치한 자택에서 2024년은 ‘긍정’, 2025년은 ‘행복한 새 출발’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긍정'의 마음으로 '도전'을…"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건설, 철도, 소방 등 새해에도 묵묵히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서도 대한민국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건설업계 현장에서 공사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남재연(35) 씨는 올해 '가족'을 키워드로 꼽으며 "객지생활을 하다 보니 부모님 뵙는 시간이 부족했는데 앞으로는 자주 찾아뵙고 싶다"며 "아직 만나는 사람은 없지만 결혼을 해서 가족을 이루고 싶다는 희망도 있다"며 "날도 추운데 모두들 건강관리 잘 하시고 다들 힘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관사를 하다가 현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팀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미스기관사' 강하영(28) 대리도 만났다. 기관사는 철길이라는 정해진 기찻길 위를 안전하게 달리는 일이라면 홍보팀 업무는 정해진 길이 없다는 강 대리는 "팀원들과 함께 그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크리에이터로도 활약 중인 강 대리는 '나랑 기차 탈래?'라는 직원 유튜브 채널에서 활동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한국철도TV'의 직원 PD팀 'B급행' 일원으로도 활동 중인 강 대리는 2023년 TV조선 '미스트롯3', 지난해 SBS '생방송 투데이'에도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강 대리는 "이 일을 하면서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코레일'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며 "지난해 걱정스럽고 힘들었던 일들 코레일 열차 안에 놓고 내려주셨으면 좋겠다. 근심, 걱정 모두 실어 보내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담아오겠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최근 제주항공 참사처럼 각종 재난 상황에 주목받는 직업 중 하나가 바로 소방관이다. 세종소방본부 세종소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119구급대원 백경선(33) 소방사는 구급 경방, 환자 처치, 환자 케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소명의식,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처치로 생명을 잃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직무가 마음에 들어 이 일에 뛰어들었다는 백 소방사는 "구급대원으로서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렸던 일이 가장 보람되고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새해 키워드로 '돌(Stone)'을 꼽은 백 소방사는 "지난해를 불처럼 열정적으로 달려왔는데 돌아보니 열정이 다 타고 없어지는 것 같더라. 열정적으로 달려가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과한 열정이 나 자신을 집어삼켰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는 단단하게 뚝심있는 모습과 마음으로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돌처럼 한 해를 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다둥이 엄마 서지성(41) 씨다. 4남 1녀(13년생 김승준·14년생 김승민·17년생 김완규·20년생 김하린·23년생 김승후)를 낳은 다둥이 엄마 서 씨의 뱃속에는 여섯 째 막내가 있다. 이달 17일이 막내 꽁지(태명)의 출산 예정일인 서 씨는 그야말로 '애국자'로 불린다.

서 씨는 "예전에는 '애를 왜 이렇게 많이 낳는 것이냐'는 주변의 부정적 인식도 있었는데 지금은 저출생 문제로 내게 애국자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아이들을 낳고 키우다 보면 사회에서도 많은 어려움과 고난을 이겨낸 나인데 아이 키우는 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는다. 나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기도 한다. 육아가 힘든 일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주는 행복이 크다"고 했다.

지난해 네일아트 등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원을 다녔다는 서 씨는 육아하면서 공부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여러 번 낙방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아이들에게 엄마는 포기하지 않고 끝내 성공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도전했고 자격증을 모두 취득하는데 성공했다. 올해는 꽁지와 더 '행복한 새 출발'을 함께 할 예정이다.

이렇게 본지가 만난 16인의 2024년, 2025년의 키워드는 모두 '나'보다 '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힘든 일이 생겨도, 기쁜 일이 생겨도 개인보다 공동체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위기를 항상 기회로 바꾸는 대한민국의 힘이 아닐까. 여전히 어두운 전망 속에서도 새해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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