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장은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을 중심으로 예산을 조기 집행해 경기를 부양하되, 필요 시 추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예산의 67%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생·경기 밀접 사업 85조 원은 70%를 상반기 집행한다. 지난해 SOC 부문 상반기 집행 목표가 65%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목표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건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 부진과 계엄·탄핵 사태로 촉발된 정치·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국민과 기업에 절실한 사업은 사전절차 간소화, 요건 완화, 국비 선지급 등으로 연초 즉시 착수 집행해 정책 체감도를 높이겠다”며 “노인 일자리 사업 조기 착수, 청년 일자리 장려금 조기 지급, 친환경차 보조금 조기 지급 등 주요 민생사업에 대해 집행 시점을 당겨 사업 효과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SOC 사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고속도로 건설, 철도사업을 중심으로 집행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다.
다만, 상반기 조기 집행이 성과를 낸다고 해도 올해 경제 전망은 어둡다.
기재부는 계엄·탄핵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을 적절히 관리한다는 전제로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1.8%로, 설비투자 증가율은 1.3%에서 2.9%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 증가율은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확대와 인공지능(AI) 관련 소프트웨어(SW) 수요 증가, 고금리 완화 등 효과로 0.6%에서 3.8%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건설투자는 지난해(-1.5%)에 이어 올해(-1.3%)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증가율은 8.2%에서 1.5%로, 취업자 수 증가는 17만 명에서 12만 명으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전반적으로 건설업·제조업 부진이 올해까지 이어지며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당장은 추경론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향후 추경 가능성까지 닫아놓진 않았다.
김 차관은 “미국 신정부 정책 구체화 양상, 경제지표 흐름, 민생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경제 여건 전반을 1분기 재점검하고, 필요 시 추가 경기 보강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경기 보강방안에 추경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불확실성이 리스크로 현실화했을 때 대응은 그런 부분(실제 상황)을 보고 여러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김재훈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다양한 방안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부연했다. ‘적절 관리’를 전제로 한 전망에서도 건설투자 감소와 수출·고용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정치·경제 불확실성 장기화로 주요 경제지표가 전망치를 밑돌면 2분기 이후 야권의 추경 편성 요구도 검토가 가능하단 의미다.
아울러 정부는 상반기 조기 집행과 추가 경기 보강방안 마련이 지난해 야권 주도로 이뤄진 예산안 감액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윤병서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4조1000억 원이 감액됐는데, 그중 예비비가 2조4000억 원이고 이자가 5000억 원”이라며 “이 2조9000억 원은 당장 민생이나 경기와 관련이 없는 예비적인 재원이고, 실제로 삭감된 순감은 1조2000억 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속 집행이라든지 이런 수단으로 원래 계획했던 경기 보강, 약자 복지, 민생, 이런 것들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경기 부진에 따른 세수 결손 우려에 대해 김 차관은 “이번에 세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플러스 된 부분도, 마이너스 된 부분도 있다”며 “예컨대 상속세(감세)를 추진했던 부분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2조 원 정도 (세입 예산보다) 세수증이 있어야 하는데 별도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여러 경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현재의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박금철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도 “엄청나게 세수감을 초래하는 정책은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현재 편성한 예입 예산 안에서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