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면 안 팔려”… 수도권은 지금 고분양가와 전쟁 중

입력 2025-01-0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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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수도권에서 고분양가 아파트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청약 접수를 결정하는 다양한 조건 중에서 가격이 최우선으로 떠올라서다. 공사비와 인건비 인상으로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업자의 새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청약에 나선 서울 강동구 ‘그란츠 리버파크’는 여전히 미분양 물량의 계약자를 모집하고 있다. 현재 계약률은 80% 정도다.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9.8대 1로 ‘완판’이 기대됐지만, 당첨자 가운데 계약을 취소한 이들이 늘며 다수의 가구가 미계약 상태로 남았다.

지난해 10월에는 계약자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샤넬 가방을 증정하는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계약 취소 원인이 고분양가로 지목되며 행사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 단지 84㎡(이하 전용면적) 최고 분양가는 19억49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인근 ‘래미안강동팰리스’(2017년 입주) 동일 면적이 지난달 14억5000만 원(35층)에 팔린 것을 고려하면 4억 원 이상 비싸다.

지난해 강북 청약시장 ‘최대어’로 불렸던 ‘서울원 아이파크’ 또한 상당수 가구가 미계약 상태로 남은 상태다. 84㎡ 일부와 105㎡ 이상 중대형 물량을 대상으로 이달 8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총 3032가구의 대단지로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으나 높은 분양가에 발목을 잡혔다.

84㎡ 기준 분양가는 12억8100만~14억1400만 원으로 노원구 분양시장 최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해 7월 성북구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장위6구역 재개발) 84㎡ 최고 분양가(12억1100만 원‧84㎡)와 비교해도 2억 원 넘게 높았다.

지난달 분양한 중랑구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의 중대형 평형인 98㎡, 118㎡에서도 미달이 발생했다. 두 타입의 분양가는 각각 13억~15억 원대, 16억~18억 원대다. 시행사는 대형 주택형을 대상으로 초기 납부 계약금을 분양가의 5%로 낮추는 청약자 부담 완화책도 마련했으나 미분양 발생을 피하지 못했다.

고분양가로 인한 청약 미달은 수도권 단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DL이앤씨가 경기 최초로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해 분양한 안양시 ‘아크로 베스티뉴’는 지난달 잔여 220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3.3㎡ 분양가는 4500만 원으로 역대 안양시 분양 단지 중 최고가다. 1순위 청약에서 평균 5.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실제로 본청약을 체결한 당첨자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기준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전월 대비 3.9% 늘어난 1만4494가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과 경기에선 931가구와 1만521가구가 미분양 주택으로 남아 있다. 전월과 비교할 때 각각 1.5%, 7.7% 증가한 수치다.

특히 서울에서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급증했다. 총 603가구로, 한 달 사이 15.3%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시행사와 시공사의 자금 융통을 어렵게 만들어 유동성 저해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선 현재 청약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나 브랜드 파워보다 가격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 시장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신축 아파트 등을 바라보는 잣대가 더욱 높아지면서 가격으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극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분양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공사비 등 개발비용은 오르는 상황에서 지방과 수도권 사이 양극화가 심화했기 때문이다. 하서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중견 건설사의 개발사업 참여나 공공 부문 보증을 확대해 시장 경쟁에 따라 분양가를 낮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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