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내부통제’ ‘혁신’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2일 내놓은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다. 다음달 책무구조도 도입 의무화를 앞두고 은행들은 내부통제 문화 정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목표가 됐다. 은행장들이 올해 최우선 과제로 ‘신뢰 회복’을 강조한 배경이다. 5대 은행 중 4명의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서 ‘영업통’ 행장들의 혁신을 통한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취임한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이제 ‘금융상품을 파는 은행’을 넘어 고객과 사회에 ‘신뢰를 파는 은행’이 돼야 한다”면서 “엄격한 윤리 의식에 기반한 정도 영업으로 국민은행은 다르다는 것을 고객이 느끼게 하고, 고객이 가장 먼저 국민은행 찾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날 취임한 이호성 하나은행장도 “금융의 기본인 신뢰를 바탕으로 금융소비자보호와 금융시장의 안전성, 건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 나설 것”이라고 피력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신임 CEO 중 가장 먼저 행장 임기를 시작한 정진완 우리은행장 역시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형식적이 아닌 진짜 내부통제가 돼야만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다”며 “직원들이 불필요한 업무는 줄이고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과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4대 은행장 중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신한은행장 또한 내부통제를 화두로 제시했다. 정 행장은 “빈틈없는 내부통제가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인 만큼 올해를 내부통제 체계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 해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행장들은 은행업의 본질인 ‘영업’을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혁신’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환주 행장은 “리테일, 기업금융,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자본시장, 디지털 등 각 비즈니스가 지향하는 목적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본질적인 측면에서 통찰하며 재정의(Re-Define)하고 재설계(Re-Design)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상혁 행장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견고한 체질을 확보하기 위해 ‘본업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면서 “자산성장 중심의 영업전략에 더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질적 성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짚었다.
이호성 행장은 “‘손님 퍼스트(First)’ 기업문화를 하나은행의 DNA로 뿌리내리겠다”며 “행장이 현장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듣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연이은 금융사고로 쉽지 않은 해를 보낸 만큼 직원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정진완 행장은 “직원들이 불필요한 업무는 줄이고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과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면서 “성과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과감하게 바꿔 지나친 경쟁은 지양하고 조직과 직원의 동반성장을 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환주 행장은 “임직원 모두가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라는 마음가짐으로 언제든지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자율과 규율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편향과 쏠림을 지양하며 균형된 사고를 실천하는 국민은행을 만들어 가자”고 독려했다.
정상혁 행장도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하면서도 유연함을 갖추는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갖춰 조화를 이룬다’는 ‘강유겸전’의 자세로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불확실한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해 간다면 어떤 어려움도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북돋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