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기업평가가 유효한 신용등급을 부여한 20개 건설업체의 합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는 32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한 해(32조9000억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과거 착공 프로젝트가 차례로 준공하며 한국기업평가 유효등급 보유 21개사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합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기업의 현금흐름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은 0.2%포인트(p) 하락한 3.2%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21개사 합산 순차입금은 전년 말 대비 5조5000억 원 증가한 17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수익성 약화로 현금창출력이 떨어지고, 올 초까지 준공 예정인 대형 프로젝트를 둘러싼 다수의 미수채권이 발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해 역시 건설업 전망은 비우호적이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하됐고 2022년 이후 신규 착공 물량이 줄며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점은 수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환율과 고물가 등으로 민간의 투자 여력이 축소되고 있는 점은 수주에 부정적”이라며 “주요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축소되고 있으며, 투자 축소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한다면 분양 수요 또한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분양시장 불확실성도 확대되는 추세다. 전국 미분양 가구 수는 지난해 7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이는 서울 주택 매매량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1만8644가구로, 전월보다 1.8% 늘었다. 2020년 9월 이후 최대치이기도 하다.
업계 전반적인 실적 또한 지난해 대비 저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분양물량 감소, 보수적인 수주 정책 등으로 건설업 전반의 외형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해서다. 2023년 4분기 86.3%였던 민간아파트 초기분양률은 지난해 3분기 54.5%로 대폭 하락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에 단행된 금리 인하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 현실화 등으로 실질적 구매 여력이 개선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분양 성과가 저조하면 건설사의 재무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