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실버주택 공급 늘리는 싱가포르…전문가 “한국과 인구구조 유사, 공급 확대 필요”[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⑨]

입력 2025-01-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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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최초의 CCA 단지인 ‘하모니빌리지’ 전경 (사진=한진리 기자)
▲싱가포르 최초의 CCA 단지인 ‘하모니빌리지’ 전경 (사진=한진리 기자)

싱가포르의 인구 구조는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 2019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싱가포르는 2030년에는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고령화 문제 해결 위원회를 조직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해 왔다. 우리나라가 올해 초고령화 사회 진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에 대한 준비는 훨씬 빨랐던 셈이다.

싱가포르 보건부(MOH), 국가 개발부(MND)와 주택 개발 위원회(HDB)는 2021년 시니어 케어 특화 주택인 커뮤니티 케어 아파트(CCA)를 도입했다. 캄풍 애드미럴티가 ‘세대통합형’의 주안점을 둔 실버타운이라면 CCA는 시니어 케어서비스를 특화한 실버주택이다. 맞춤형 케어와 커뮤니티 공간을 강화해 노인이 활기차고 독립적인 삶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CCA 내부에 조성된 식당과 입주자 커뮤니티 룸. (사진=한진리 기자)
▲CCA 내부에 조성된 식당과 입주자 커뮤니티 룸. (사진=한진리 기자)

1호 CCA 단지는 부킷 바톡의 위치한 ‘하모니빌리지’다. 전용면적 32㎡, 총 169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호커 센터(식당), 커뮤니티 정원, 피트니스 센터, 액티비티 센터가 통합된 형태다. 쇼핑몰, 대중 교통, 의료 시설 및 기타 편의 시설도 근거리에 갖춰져 있다. 재활 서비스와 같은 주간 보호 서비스가 필요한 입주자는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케어 센터에서 제공받을 수 있다.

하모니빌리지 내부 현관은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도록 넓직한 크기로 시공됐다. 거실과 침실 사이에는 개방형 레이아웃을 적용, 슬라이딩 도어로 공간을 구분해 실용성을 키웠다. 곳곳에는 길고 튼튼한 형태의 ‘그립바(안전 손잡이)’가 달려있어 미끄러짐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이 밖에 베리어프리 설계와 미끄럼 방지 바닥재를 적용했으며 침대 옆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면 같은 건물에 상주하는 직원이 즉시 입주자에게 연락을 취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분양가는 임대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30년 기준 1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 하모니빌리지 입주민 lee씨는 “7000만 원을 납부하면 30년간 내 소유의 집으로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비용으로는 시니어 케어 서비스, 건물 관리 비용 등을 포함한 월이용료 210 SGD(한화 23만 원)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또 붙박이장을 제외한 세탁기, 침대, TV, 책상 등 기본적인 가구는 개별 구매해야 한다는 점에서 초기 비용이 투입된다.

▲CCA 세대 내부 모습 (사진=한진리 기자)
▲CCA 세대 내부 모습 (사진=한진리 기자)
전문가는 싱가포르와 국내 인구 구조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형태의 실버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싱가포르 정부는 퀸즈웨이 캐노피(245가구), 차이 치 그린(250가구), 메르파티 알코브(265가구) 등 후속 단지를 2029년 까지 추가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가 땅을 소유하고 공급하는 싱가포르와 달리, 우리나라는 공급에서 민간 사업자의 비중이 크다. 결국 민간 사업자의 역할이 중요한 데 문제는 금융권의 심사 문턱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사업 주체들은 PF 대출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자금 조달 고충이 크다고 호소한다.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담보 대출이 일어나야 PF 사업을 할 수 있는데, 실버주택은 은행에서 정규 담보로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며 “은행들도 최근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사업자 입장에선 공격적으로 규모를 확장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B 시행사 대표는 “실버주택은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다뤄보지 않은 자산인데다 분양형이 아니다보니 리스크가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부분의 실버주택은 분양이 아닌 임대 방식으로 공급된다. 임대형 주택은 분양과 달리 소유권이 제 각각이기 때문에 추후 자산 유동화를 진행하기가 까다롭다. 은행 입장에선 안전한 담보물로 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싱가포르와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가 상당히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단 점에서 실버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진정한 의미에 노인을 위한 나라가 되기 위해 시행자 -금융권-행정권-입주대상자 모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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