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선 그었지만, 방관
내란죄 철회 등 일련의 상황에
‘尹 약자’ 프레임으로 보수 결집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국민의힘이 ‘여론전’에 나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등 공조수사본부의 1차 체포영장 집행 실패, 윤 대통령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 삭제 등 상황을 발판 삼아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5일 여권에 따르면, 당 일부 의원들(구자근·강승규·박성민·이인선·이철규·임종득·김민전·조배숙)은 4일 오후 6시 30분쯤 윤 대통령 관저 앞 탄핵 반대 집회에 대거 참석했다. 김민전 의원은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 내란죄를 사실상 철회한 것을 두고 “사기 탄핵”이라고 주장했다. 임종득 의원은 “내란죄를 빼겠다는 건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탄핵 의결도 무효, 국무총리 탄핵도 무효, 헌법재판관 임명도 무효, 공수처장이 발부한 체포영장도 무효”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의원들도 장외에서 투쟁하겠다”며 “광화문에서 한남동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시군구 의원들, 책임 당원들과 일어나겠다. 함께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철규 의원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좌파들의 내란 선동에 일부 의원들이 굴복해서 국민들께서 우리에게 맡겨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똘똘 뭉쳐서 그릇된 법 집행, 이런 탄핵 광풍 내란 몰이를 막아내는 데 힘을 합치겠다”고 했다.
이 같은 개별 의원들의 행동에 당 지도부는 선을 그으면서도, 방관하는 분위기다.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의원들 개별 판단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당 차원 (집회는) 없다”고 말했다. ‘추후 집회 참여 인원이 많아지면 지도부 지침을 내릴 것인가’라는 물음엔 “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말을 아꼈다.
나아가 이날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 규탄 집회에서 경찰을 폭행한 전국민주노총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에 강력하게 대처할 것을 촉구하며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하기도 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시위 현장에서 폭행을 자행하는 사람뿐 아니라 일련의 불법 시위 과정에 혹시 배후 세력이 있다면, 그 배후 세력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지영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 “민주당은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고, 민노총의 불법 폭력 집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강경 발언을 내놓는 배경에는 윤 대통령 탄핵 사유 중 ‘내란죄’ 철회,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 등 보수층 결집에 용이한 상황들이 펼쳐졌다는 해석이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혐의’ 등을 이유로 탄핵을 소추한 국회는 3일 “내란죄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수사가 진행 중인 내란죄를 제외하고 비상계엄 선포 과정의 위헌성만 집중적으로 다뤄 빠르게 결론을 내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선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유승민 전 의원이나 김상욱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도 비판에 나섰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3일 헌재에서 열린 2회 변론준비기일에서 “저희는 정말 상상초월로 고립된 약자의 형태가 돼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이렇게 고립된 약자가 되는 건 처음 겪어봤다”며 윤 대통령의 고립을 주장했다.
이에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의 회복세를 보이는 여론조사가 등장했다. 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더퍼블릭·파이낸스투데이 공동 의뢰로 2일 하루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0명에게 윤 대통령 지지 여부를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라는 응답률이 34.3%로 나타났다. 일주일가량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공정의 조사(데일리안 의뢰로 지난해 12월 23~24일 전국 남녀 1013명으로 조사)에서 30.4%였던 것과 비교해 4%포인트(p) 가까이 상승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공정 여론조사들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