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성장보다 위험관리 집중
불확실성에 환율 변동성 극대화
최악의 경영환경 우려 한목소리
국내 8개 금융그룹 회장들은 올해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올해 경영 여건이 어느 때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무리한 외형성장보다 선제적 위험 관리 강화 기조 아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원·달러 환율이 무섭게 치솟고 있는 만큼 유동성 및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5일 본지가 8개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DGB·BNK·JB·메리츠금융)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중복 포함) ‘올해 M&A를 추진하겠다’고 답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M&A와 관련해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M&A를 생존을 위한 주요 공략으로 꼽으며 “(M&A 등을 통한)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병행하는 등 그룹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경쟁자를 포함한 외부와의 제휴, 투자, M&A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정치 리스크에 따른 환율 및 금리 변동성 확대 속 가계 및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부실 우려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로 인한 연체율 상승 등으로 안정적 관리가 최우선 사안이 됐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국내 경제 성장률 둔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도 소극적인 경영에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지주사 CEO들은 올해 기준금리가 2~3차례 인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3.0% 수준으로 2회 인하 시 기준금리는 2.5%로, 3회 인하 시 2.25%로 낮아지게 된다.
그럼에도 대다수 회장들은 최악의 경영여건을 우려했다. 최근 변동성이 극도로 커진 환율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일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1500원대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거듭할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금융지주사들은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 지난해 말부터 비상 경영에 돌입했으며 올해 경영계획도 전면 수정한 상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회장들 상당수는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는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올해 환율 움직임에 대해 상반기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하반기 들어서는 다소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상저하고’의 움직임을 보이며 상반기 1470~1490원대를 예상했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전제 하에 14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초 트럼프 2기 무역분쟁이 심화하면 1480원 선을 웃돌았던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면서 “다만 중반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하고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 환율이 완만하게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지만 금융지주 회장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리스크 관리 강화, 자본 건전성 유지, 내부 통제 강화 등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가속화,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