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다시 '선플운동'을 말한다

입력 2025-0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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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7C2216편이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외벽에 충돌해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같은 참사에도 인터넷 커뮤니티나 관련 뉴스 댓글에는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악성 댓글(악플)이 작성돼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매번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근거 없는 비방과 허위사실, 피해자와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악플이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번에도 경찰은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악의적 게시글, 동영상 등 99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피의자 1명을 검거했다.

이 같은 경찰의 강력한 대응에도 매번 이런 도 넘은 악플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대체 왜 이런 악플 행위가 번번이 지속되는 것일까.

악플은 이젠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까지 지적되고 있다. 악플의 표적이 정치인 같은 공인을 넘어 일반인과 기업 등으로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고, 연예계에서는 악플 세례로 인해 은퇴를 선언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상당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일으킨다. 2023년 연세대 바른ICT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악플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 35조3480억 원에 달한다. 항목별로는 △불안, 우울로 인한 행복 상실 기회비용 28조9335억 원 △변호사 선임과 손해배상 비용 3조5229억 원 △스트레스로 인한 능력 저하 기회비용 2조8189억 원 △병원 진료와 치료 비용 550억 원 등이다.

문제는 악플러들은 단순히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의 하나로 악플을 달고, 자신을 드러내면서 쾌감을 느낀다는 데 있다.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자기 생각을 거르지 않고 밖으로 표출함으로써 쾌락을 즐기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면서 관심을 받을수록 더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악플을 양산한다. 결국 악플에 대한 관심이 악플러들의 악플을 더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마냥 둘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악플로 인한 피해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곧 상대방에 대한 공감 없이 이뤄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악플러들은 '역지사지(易地思之·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봄)'의 마음 없이 단순히 자신의 쾌락을 위해 악플을 달다 보니 같은 현실에 처해봐야만 반성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7년 선플재단 선플운동본부를 발족해 18년째 이끌고 있는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는 당시 유명 여가수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선플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민 교수는 학생들에게 인터넷상에서 고통받는 분들에게 좋은 댓글을 달아서 용기와 희망을 주도록 했고, 악플의 경우에는 왜 잘못됐는지를 알려주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악플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좋은 글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거기서 울림을 받아서 선플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 교수는 "제가 악플러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했다. '당신이 쓴 악플을 한 번 읽어보라'는 게 먼저였는데, 악플러들이 그걸 읽어보면서 울더라"면서 "결국 자신의 잘못을 확실히 인지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우리 사회는 혼돈에 빠지고 있다. 여기에 제주항공 참사로 인한 국가애도기간이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는 충격과 비통에 빠졌다.

갈수록 사회가 각박하다고 여겨지는 요즘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슬픈 일은 나누면 줄고, 기쁜 일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처럼 슬픈 일도 기쁜 일도 공감하고 함께 할 때야말로 우리는 더욱 풍요롭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당신의 주변에서 슬픔에 빠진 이들에게 좋은 말, 좋은 글로 위로하고, 기쁨 가득한 이들에게는 축하의 인사로 함께 기뻐해 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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