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간 1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주식시장 상장도 계획할 정도로 성장세를 구가하던 스타트업 템퍼스가 최근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궁금증 자아내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템퍼스는 작년 12월 마지막 날 외부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2023년 회계감사에 대한 의견거절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다.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기업 존립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대한 사항이 있을 때 부여한다.
삼일회계법인은 템퍼스의 재무제표에 대해 “2023년 순손실이 44억 원 발생하고 유동부채가 총자산보다 248억 원 초과해 계속기업으로의 존속능력에 대해 유의적인 의문을 초래한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의 최종결과로 발생할 수도 있는 자산과 부채 및 관련 손익항목에 대한 수정을 위해 이를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어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템퍼스는 2012년 설립된 센서 기술 기반 광학식 진단기기 제조사다. 현재 최대주주인 신백규 대표는 2014년 합류했다. 신 대표는 SK하이닉스의 자회사로 인수되기 전 실리콘화일의 경영을 맡기도 했으며 상장시킨 이력이 있다.
템퍼스는 비접촉식 디지털 적외선 써모파일 센서를 비롯해 비접촉식 체온계와 비접촉식 체온 측정 출입통제시스템 등을 제조·판매한다. 이 외에 가스 농도를 측정하는 가스 센서 등도 있다.
템퍼스는 2019년까지만 해도 실적이 변변치 못했다. 연간 매출은 5억 원이 되지 않았고 3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고정비와 개발비에 대한 지출이 컸던 탓이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템퍼스의 온도 센서가 각광을 받자 실적이 껑충 뛰었다. 2020년 매출은 115억 원으로 2500% 넘게 급증했고 영업손실 규모도 2019년의 절반 아래로 줄였다. 당시 센서 모듈뿐 아니라 자체 온도 센서 모듈을 장착한 체온계 매출액도 30억 원에 육박했다. 이에 템퍼스는 2021년에는 200억 원 이상의 매출과 50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코스닥 시장으로의 상장도 계획했다.
다만 회사의 기대와 달리 실적은 바로 고꾸라지기 시작해 2021년 매출 22억 원에서 2022년 16억 원, 2023년 10억 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아울러 2021년에만 123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2022년 87억 원, 2023년 56억 원의 적자가 이어졌다. 코로나 포비아가 극심했던 사태 초기와 달리 공포증의 완화 등으로 제품 수요가 줄면서 실적이 급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템퍼스는 거액의 손실이 계속되면서 자본잠식 상황은 악화했다. 2023년 말을 기준으로 자산은 48억 원에 불과한 반면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344억 원에 달한다. 이에 감사인이 삼일회계법인으로 변경된 2022년부터 템퍼스에 대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 제기가 이어져 왔다.
한편 감사인의 의견 거절 배경 및 실적 악화, 개선 방안 등과 관련해 템퍼스에 수차례 전화 연결을 했으나 담당자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