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방한 중인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을 만나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바탕으로 한 외교·안보 기조를 지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탄핵 정국으로 인한 '대대행 체제'로 '코리아 패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흔들림 없는 동맹'을 재차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최 권한대행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블링컨 국무장관을 만나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별 방문 성격으로 5일 한국을 찾았다.
최 권한대행은 미국이 한미동맹과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보여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하고, "블링컨 장관의 방한은 그 자체로 흔들림 없는 한미동맹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공동성명 및 워싱턴 선언,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 등을 통해 한미 양국의 핵심 성과들이 계속 이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자"며 "외교·안보당국간 긴밀한 소통과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 가능성에도 면밀히 대비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블링컨 장관은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은 물론, 최 권한대행 체제의 리더십에 대해 완전히 신뢰한다.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다"며 "70년 이상의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인태 지역 평화·안정의 핵심축으로서 그 중요성과 역할은 어느 때보다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간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성과 등 한미일 협력을 높이 평가하며 "성과가 앞으로 계속 유지·확대되는데 대한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를 언급하며 "미국 국민을 대표해 위로와 기도를 전하며, 미국은 어떤 필요한 지원도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최 권한대행을 만난 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오찬회담을 하고 한미동맹과 북한 문제 등 각종 현안 등을 논의했다.
이번 블링컨 방한은 대통령과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연쇄탄핵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한국의 외교 공백 현실화 우려가 확대되는 시점에 이뤄졌다.
일각에선 이날 블링컨 장관의 고별 방한이 지난달 계엄 사태 후 정치적 혼란에 빠진 한국이 정상적인 외교 활동을 이어가고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겠냐는 해석도 있다. 이날 조 장관은 블링컨 국무장관과 외교장관회담을 가진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와 북러 협력에 대해 의견 교환을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오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빈틈없는 연합방위태세와 확장억제를 통해 그 어떤 가능성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진행되는 와중에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다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중국, 일본, 북한, 러시아 등 한국 주변 주요국 정상과의 소통 계획을 밝히면서도 주요 동맹국인 한국을 쏙 뺀 점은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대통령에서 대행제체로 바뀐 지 2주 만에 또다시 대행의 대행으로 전환한 악재 속에 정상급 대화를 기대하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트럼프가 한국을 '돈을 잘 버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방위비 증액 요구 가능성과 핵·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북한과의 직접 거래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된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이같은 위기 상황을 반영하 듯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엄중하다"며 "한미 동맹 공조를 빈틈없이 가동하는 가운데 우방국, 그리고 국제 사회와의 협력에 힘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