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실손 실효성 논란…"가입 유인 떨어져"

입력 2025-01-0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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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자기부담률 90%로
보장 대폭 축소…손해율·보험료 하락할 듯

정부의 실손의료보험 개편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손해율과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소비자 보장을 축소하는 방식으로만 개편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의 매력도가 감소하면서 신규 가입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6일 발표한 '병원 비급여 가격 실태 현황'에 따르면 비급여 치료의 일부인 경피적 경막외강신경술의 병원 간 가격 차이는 최대 360만 원(19.0배)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진료비 규모가 가장 큰 도수치료는 격차가 62.5배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정부가 비급여 가격 합리화를 위해 가격 고지와 공개, 보고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제멋대로인 비급여 가격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다수 이용자가 의료비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정부가 비급여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는 비급여 관리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보장 축소로 인한 가입자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급여와 비급여진료의 혼합진료나 비급여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한 상품 개발은 기존에도 공감대가 있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미 국민 대다수가 가입했는데, 어마어마한 메리트가 없는 이상 유인력이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5세대 실손보험에서 도수치료 등 과잉 이용 우려가 있는 비급여 항목을 '관리 급여'로 지정해 통일된 가격을 적용하고 실손보험 청구가 많은 비중증 치료에 대해서는 본인 부담률을 9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판매 중인 4세대 실손보험의 비급여 자기부담금은 약 30% 수준이지만, 5세대에서는 이 비율이 3배로 증가한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2세대 실손(선택형Ⅰ)의 자기부담률이 10%인 점을 고려할 때 보험료가 많이 내려가지 않는 이상 5세대로 즉시 전환할 고객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중증에 대한 보장이 줄어들면서 최근 파격적인 건강보험 상품들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재가입 주기가 있는 2세대 일부(표준형, 선택형Ⅱ) 상품과 3·4세대 상품 가입자의 경우 2028년부터는 5세대 상품으로 갈아타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어 점차 손해율이 하락할 전망이다.

정부는 5세대 실손 효과를 앞당기기 위해 기존 1~4세대 가입자에 대한 '계약 재매입'도 검토하고 있다. 일정 금액을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대신 기존 계약을 해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고객에게 불합리한 승환계약에 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나서서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고객의 이익에 반하는 새로운 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부당 승환계약에 대해 엄정 대응하면서, 실손보험의 경우 갈아타기를 권유하는 것은 보험업계의 이중잣대로 비칠 수 있다"며 "보험료가 부담이 안 되는 가입자나, 낸 보험료보다 받을 보험료가 많은 고령 고객의 경우에는 계약을 굳이 해지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급여와 비급여를 섞어 처방하는 혼합 진료(병행 진료)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국민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대한의사협회 회장)는 "정부의 통제는 비급여 의료행위 자체를 사실상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며 "의료 행위는 어디까지나 의료기관과 의료 소비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사적 계약의 영역으로 국가가 이에 개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9일 토론회를 열고 그간 논의한 비급여·실손보험 개편 초안을 공개한 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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