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증세·노동자 보호 법안, 고용 걸림돌
머스크, 연일 스타머 총리 맹비난
“영국 정치권, 트럼프 신뢰 쌓기 필사적”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전분기 대비 기준 지난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는 ‘0(제로)’%를 기록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지난해 4분기에도 제로 성장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영국 경제는 정권 교체 후 반년간 전혀 성장하지 못한 셈이 된다.
성장 정체의 주된 요인으로는 스타머 정권이 공표한 대규모 증세안이 지목된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해 7월 정권 출범 직후부터 기업 등에 대한 증세를 거론해 영국 경기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는데, 같은 해 10월 말 이 같은 방침을 굳혀 총 411억 파운드(약 75조 원) 규모의 증세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정부가 노동자 보호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기업들이 고용을 억제하는 상황까지 겹치게 됐다.
작년 7월 총선거 당시 노동당을 지지했던 영국 재계는 ‘기업 중시’ 공약에 어긋난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영국산업연맹(CBI)의 레인 뉴턴스미스 회장은 지난해 11월 연차총회에서 국민보험료에 대한 고용주 부담 확대 방안을 지목하며 “너무 많은 기업이 성장전략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민심도 빠르게 식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지난해 12월 중순 영국 유권자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동당 정부 지지율은 27%에 그쳤다. 이는 작년 7월 총선 직후 40%에서 급락한 것이자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영국개혁당의 지지율(29%)을 밑도는 것이다. 스타머 정권에 반발해 총선을 재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에도 3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서명했다.
이런 가운데 머스크 CEO가 연일 스타머 총리를 맹비난하면서 부담을 더하고 있다. 머스크는 새해 첫날부터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스타머 총리가 2008~2013년 왕립검찰청장을 역임했을 당시 아동 성 착취 사건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면서 스타머의 사퇴를 주장해오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머스크의 비판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영국 정치권은 머스크가 자국에 미치는 입김을 경계하면서도 자칫 머스크와 관계가 틀어질 경우 트럼프 차기 미국 정부와 외교적으로 반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CNN은 “영국 노동당 정부는 관세 면제 등 엄청난 경제적 혜택 때문에 트럼프 정부와의 신뢰를 쌓기 위해 필사적”이라면서 “영국이 트럼프를 외면하거나 척지는 것은 오히려 영국개혁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날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에 대해서도 자신이 지지하는 극우 운동가에 선을 그었다는 이유로 “대표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는 등 좌충우돌 행보를 보여 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