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2', 말 많아도 다음 시즌 봐야 하는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5-01-0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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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 공식 예고편 캡처)
▲(출처=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 공식 예고편 캡처)

'4억8760시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 게임2)가 공개 후 단 일주일 만에 기록한 시청 시간입니다.

2021년 9월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1'(이하 오징어 게임1)은 전 세계에서 흥행하며 K콘텐츠를 대표하는 대명사 중 하나가 됐습니다.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경제적 파급 효과를 일으키면서 K콘텐츠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죠.

그도 그럴 것이 '오징어 게임1'은 47일간 넷플릭스 전 세계 1위, 1억1100만 가구 시청 등 신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약 250억 원의 제작비로 1조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그로부터 3년 만에 내놓은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그립니다. 공개 전부터 미국의 3대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히는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죠.

다만 갖가지 '구설'로도 시끄럽다는 게 함정(?)입니다. 작품 안팎의 요소로 세간의 관심을 받는 '오징어 게임2'인데요. 작품을 둘러싼 각종 '말'들을 살펴봤습니다.

▲지난달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대로에서 넷플릭스 프랑스가 오징어게임 시즌 2 공개를 기념해 시즌1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벤트를 열었다.(연합뉴스)
▲지난달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대로에서 넷플릭스 프랑스가 오징어게임 시즌 2 공개를 기념해 시즌1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벤트를 열었다.(연합뉴스)

'오징어 게임2'에 사활 건 넷플릭스…글로벌 마케팅 예산도 대폭 ↑

넷플릭스 공식 순위 집계 사이트인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2'는 공개 첫 주인 지난달 넷째 주(12월 23~29일)에 총 680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습니다.

종전 최고 기록은 미국 인기 시리즈 '웬즈데이 시즌1'의 5010만 시청 수였는데요. 이를 큰 수치로 앞지르면서 신기록을 갈아치웠죠.

시청 시간도 놀랍습니다. 7부작인 '오징어 게임2'의 총 러닝타임은 7시간 10분인데요. 이 기간 전 세계에서 4억8760만 시청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2021년 9월 넷째 주(20∼26일) 공개된 시즌1(4억4873만 시간)의 기록도 경신했죠.

냉정한 말이지만, '오징어 게임2'의 성적표가 정말 놀랍기만 한 건 아닙니다. 시즌1의 기록적인 화제성을 이어받은 만큼 새 시즌에 대한 관심도 공개 전부터 드높았죠.

'오징어 게임', 그리고 넷플릭스는 새 시즌에 사활을 걸어야 했습니다. 2021년 추석 연휴 직전에 공개했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연말연시 휴가 기간 공개됐는데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구독자 수를 확보, 최근엔 구독자 이탈로 고심하는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죠.

이에 글로벌 마케팅 예산도 대폭 늘렸습니다. 이번 마케팅엔 글로벌 히트작 '기묘한 이야기', '브리저튼' 등과 비슷한 수준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 세계 유명 관광지에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오징어 게임' 속 진행요원들이 출몰했고, 첫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등장한 살벌한 살인 로봇 '영희'도 곳곳에 설치돼 즐거움을 줬습니다.

▲(출처=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 공식 예고편 캡처)
▲(출처=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 공식 예고편 캡처)

일각선 혹평도…납작한 캐릭터·뚝 끊긴 맥 '아쉬워'

기대 속 공개된 '오징어 게임2'. 화제성은 폭발적이지만 호평만 나오진 않았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작품 공개 당일 "'오징어 게임'이 빨간불을 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더 스타일리시한 살육을 보여 주지만, 이야기는 정체돼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시즌1을 본 사람이라면 이미 봤던 것들을 또 보게 될 것"이라며 "시즌2는 이야기를 이어가면서도 7시간 동안 그것을 확장하는 데는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똑같은 역학 구도 안에서 기쁨보다 고통이 훨씬 더 많다"며 "관객들에게는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이 시리즈가 단지 잔혹한 살육을 더 많이 보여주는 수단이라면 우리는 집단으로 (드라마 속에서 게임을 관전하는) 'VIP'의 저렴한 버전일 뿐일까"라고 짚었죠.

할리우드리포터는 "넷플릭스의 한국 히트작이 날카로움을 잃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징어 게임2'가 전작에 비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습니다. 첫 번째 시즌에서 보여준 독창성과 흥미 요소가 부족했으며, 게임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이나 디테일이 부재하다고 했고요. USA투데이도 '오징어 게임2'가 여전히 폭력적이지만 충격적이라기보다는 실망스러운 작품이라고 평가했죠.

이 같은 평가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시즌1이 워낙 큰 흥행을 거뒀어야 말이죠. 전작을 본 모든 관객이 만족하는 작품을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건 창작자라면 감내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죠. 황동혁 감독도 최근 인터뷰에서 "이 정도면 합당하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미국 콘텐츠 평점 사이트인 로튼토마토 지수가 90점대에서 80점대로 떨어졌는데 이 정도면 수긍이 간다는 겁니다.

황 감독은 "시즌1이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라는 충격과 신선함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시즌2는 아무래도 신선도 면에서 불리하고 결말도 나지 않아 불만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며 "시즌1만큼 압도적인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다"고 부연했죠.

다만 여성 캐릭터에 대한 비판은 뼈아픕니다. 전작에 비해 신선하거나 흥미로운 여성 캐릭터는 전무하고, 철없거나 모성애를 지닌 '엄마' 캐릭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황 감독은 이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남자로서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 게 사실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죠.

맥이 뚝 끊긴 시즌2 마무리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 시즌을 위해 열심히 '빌드업'만 하다가 돌연 시즌이 끝났다는 겁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시즌2의 너무 많은 에피소드에서 극도로 고통스럽게 이야기를 질질 끈다"며 "시즌3은 더 나아져야 한다"고 짚었는데요. 매체는 "할리우드의 많은 나쁜 습관 중 하나는 수익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이야기를 반으로 쪼개는 것"이라며 "'오징어 게임'은 원래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였지만,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수익성 높은 시리즈가 되면서 창의적인 면에서는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도 했습니다.

▲1일 넷플릭스 공식 SNS에 공개된 티저 영상에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부르는 영희와 함께한 철수의 모습이 담겼다. (출처=넷플릭스 공식 SNS 캡처)
▲1일 넷플릭스 공식 SNS에 공개된 티저 영상에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부르는 영희와 함께한 철수의 모습이 담겼다. (출처=넷플릭스 공식 SNS 캡처)

탑 캐스팅 논란→박성훈 '포르노' 망신살…그래도 시즌3 기대되는 이유

국내에선 작품과 함께 출연자들의 논란으로도 화제를 빚는 모습입니다.

그룹 빅뱅 출신 (본명 최승현)은 상습 대마초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뿐 아니라 연기력으로도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2016년 자택에서 여러 차례 대마초를 흡입한 사실이 적발된 그는 이후 SNS상에서 네티즌들과 설전을 벌이거나 팬들을 차단하는 등 행동을 보이며 연예계 은퇴 의지를 드러내왔는데요. 그러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2'의 캐스팅 라인업에 합류해 의문을 자아낸 그는 과장된 캐릭터로 또 한 번 눈길을 끌었죠.

황 감독은 이 같은 논란에 "연기력 부족이 아닌 연출 의도에 의한 것"이라며 "시즌1에서 덕수(허성태 분), 미녀(김주령 분) 같은 캐릭터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며 호불호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캐릭터에 대한 해외 반응이 굉장히 좋았고, 시즌2는 글로벌을 겨냥하는 작품이다 보니 그렇게 과장된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든 게 '타노스'(최승현 분)였다. 사실 저도 촬영하며 '이 톤이 맞나?' 싶기도 했지만, 이 이상한 에너지와 스웨그를 가진 캐릭터가 필요했다"고 밝혔습니다.

혼란한 현 시국도 논란이 됐습니다. 이정재가 2023년 11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과 함께 한 한식집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다시금 재조명된 건데요. 이에 대해 이정재는 2일 "고등학교 동창이고 밥 한번 먹은 건데 사진이 유출됐다"며 "식사 후 나오는데 식당 측에서 겉절이를 했다고 선물로 줘 감사한 마음에 김치를 들고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해 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은 것"이라고 회상했죠.

이어 "당시 한동훈 팬이 형성돼 있어서 같이 따라다녔더라. 그 팬이 찍어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게 기사화된 것"이라며 "우리끼리 친분을 과시하려고 사진을 공개한 것처럼 오해하는데 그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황 감독이 아예 예상하지 못했을 문제도 터졌습니다. 특전사 출신 트렌스젠더 캐릭터 '현주'로 분해 존재감을 각인한 박성훈이 지난달 30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오징어 게임2'를 패러디한 일본 성인물 포스터를 올린 건데요. 박성훈은 곧바로 이를 삭제했고, 소속사도 해명에 나섰습니다. 다만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회사 측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올렸다'는 해명으론 대중의 의문을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한 모습이죠.

황 감독도 수년간 공들인 작품이 성인물로 희화화·소비되는 것에 대해 불쾌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시즌1 때도 해외에서 그런 것(성인물)이 등장한 것으로 안다.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나오는 거라 막지도 못하고 진짜 속상하고 불쾌하다. 작품 자체에 대한 의미를 완전히 망가뜨린다"며 "박성훈과 아직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저도 알고 싶다"고 토로했죠.

여기에 베트남에선 작품을 보이콧하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극 중 '대호'(강하늘 분)가 해병대로 군 복무한 사실을 밝히는 장면이 문제가 됐습니다. 해병대 선배인 '정배'(이서환)가 대호에게 "2대 독자를 해병대에 보냈냐. 그렇게 귀한 아들을"이라고 하자, 대호는 "좀 남자다워지라고 아버지가 보내셨다. 월남전 참전용사셨다"라고 답합니다. 이에 정배는 "아버님이 훌륭하시네"라고 말합니다. 해당 장면을 두고 일부 베트남 네티즌들이 "베트남 전쟁을 정당화하는 대사", "베트남의 아픈 상처를 건드렸다", "역사 왜곡" 등 날 선 반응을 보인 겁니다.

낭설도 난무합니다.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촬영설에 배우들의 수십억 원대 출연료, 작품 수익에 대한 추측이 쏟아졌는데요. 넷플릭스 측은 디캐프리오 촬영설과 관련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부인했고, 미디어 연구소 K엔터테크허브가 내놓은 '오징어 게임2'가 최소 1조50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발표에 대해선 "넷플릭스 같은 월정액 구독형 서비스는 개별 작품의 시청 수나 시청 시간으로 별도의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없다. 한 작품의 흥행으로 수익을 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황 감독으로선 서글플(?) 각종 논란에도, 작품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습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2'는 공개 이후 줄곧 TV쇼 부문 글로벌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TV시리즈 드라마 부문 작품상 수상은 불발돼 아쉬움을 삼켰지만, 기회는 있습니다. 올해 시즌3가 공개될 예정이라 내년 시상식을 노리면 되는데요.

황 감독 역시 "(골든글로브 수상을) 노려본다면 시즌3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시즌3에 제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의 결말이 난다"고 전해 기대감을 드높였죠.

벌써 궁금해지는 '오징어 게임'의 세 번째 시즌인데요. 다만 시즌1·2를 뛰어넘는 흥행 성적, 시즌2에서 불거진 다수의 논란을 작품으로 잠재워야 한다는 부담감도 짊어진 상황입니다. 어쩌면 가장 많은 숙제를 떠안은 시즌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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