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전기차 캐즘…보급형으로 정면 돌파 [모빌리티]

입력 2025-01-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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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계 올해 저가형 전기차 잇달아 출시
기아, EV4ㆍEV5 출시로 보급형 라인업 확대
중국 BYD 이달 국내 승용차 시장 공식 진출
테슬라, 상반기 저가형 전기차 ‘모델Q’ 출시

▲기아 'EV5' (사진제공=기아)
▲기아 'EV5' (사진제공=기아)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완성차 업체들이 중저가 전기차를 출시하며 정면 돌파에 나선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들까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올해 보급형 전기차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르노코리아자동차, KG모빌리티(KGM) 등 국내 완성차 5개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9만1385대다. 전년 11만5900대보다 21.2% 감소한 수치다.

수입차 업계도 전기차 캐즘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집계에 포함된 테슬라를 제외한 전기차 판매 대수는 1만9746대로 전년 대비 25.7% 줄었다.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중저가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워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기아 'EV4' 콘셉트 (사진제공=기아)
▲기아 'EV4' 콘셉트 (사진제공=기아)

기아는 올해 준중형 세단 'EV4'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5'를 국내 시장에 출시하면서 지난해 선보인 EV3에 더해 전기차 보급형 모델 라인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기아가 지난해 6월 출시한 소형 SUV EV3는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을 적용받으면 3000만 원대 초반에 구매할 수 있는 가성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6개월 만에 국내 시장에서 1만2851대가 판매되면서 국산 전기차 가운데 현대차 아이오닉 5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렸다. 기아는 EV4와 EV5 출시를 통해 이 같은 보급형 전기차의 인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전날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EV3가 연간 국내에서 약 3만 대 정도 판매되고 있어 EV4와 EV5도 그 정도 물량은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글로벌로 봐서는 모델당 10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르노 ‘세닉 E-Tech 일렉트릭’ (사진제공=르노코리아)
▲르노 ‘세닉 E-Tech 일렉트릭’ (사진제공=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는 준중형 전기 SUV ‘세닉 E-테크 일렉트릭’을 올해 내놓는다. 세닉은 지난해 2월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 국제 모터쇼에서 ‘2024 올해의 차’로 뽑히는 등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증명한 모델이다.

특히 비야디(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국내 진출을 앞둔 가운데 전기차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BYD는 이달 16일 미디어 행사를 열고 국내 승용차 시장에 공식 진출할 예정이다. 중형 세단 ‘씰’, 소형 SUV ‘아토3’, 소형 해치백 ‘돌핀’ 등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토3의 국내 출시 가격은 3500만~4000만 원 사이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 원대 초ㆍ중반에 구매할 수 있어 기아 EV3와 직접 경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BYD의 '아토3' (사진제공=BYD)
▲BYD의 '아토3' (사진제공=BYD)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국내 진출을 준비 중이다. 딜러사 선정 작업을 마쳤으며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초 국내에 공식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역시 올해 상반기 중 저가형 전기차인 ‘모델Q’(가칭)를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모델Q는 소형 해치백 전기차로 출시 가격은 3만7500달러(550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받으면 실제 구매 가격은 4000만 원대까지도 내려갈 수 있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고 대중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와 충전의 불편함 등을 감수하고라도 전기차를 선택하게 하려면 최소한 가격에서의 이점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ㆍ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가장 큰 문제가 아직 중저가 전기차 모델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가격을 낮춘 전기차 모델이 얼마나 보급되느냐가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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