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임무 종사자…‘직권남용’ 혐의
비상계엄 때 ‘민간인’ 노상원 지시
“오후 9시께 과천청사 일대서 대기”
정보사 요원들, 1시간 30분 전부터
선관위 근처 포진…“실탄 100발‧탄창”
12‧3 비상계엄 사태 때 ‘실탄 인당 10발 정도를 준비하라’고 투입 병력에게 지시하는 등 ‘내란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육군 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부터 시작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문 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이르기까지 이들 간에 순차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특히 검찰은 김 전 국방부 장관과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정보사령관 주도로 현장에 지시가 전파되는 데 문 사령관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봤다. 또한 문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과 관련한 지휘에 기여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6일 피고인 문 사령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중앙지역군사법원에 구속 기소했다.
특수본은 “검찰과 합동수사 중인 군검찰이 군사법원에 구속 기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공조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된 문 사령관의 구속 기한은 이날 만료를 앞둔 상황이었다.
문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퇴역군인이자 민간인 신분이던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문 사령관은 정보사 요원들에게 중앙선관위 장악을 위한 지시를 구체적으로 하달했다.
이 같은 지시를 접한 정보사 요원들은 비상계엄 선포 1시간 30분 전부터 ‘실탄 총 100발과 탄창’까지 챙겨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인근에 급파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김 전 국방장관 공소장을 보면, 문 사령관 비상계엄 공모 혐의가 자세히 설시돼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오전 10시 무렵 문상원 정보사령관에게 전화해서는 “이번 주 주중에 1개 팀(10명) 정도를 준비시켜 놓고 있어라. 임무를 부여할 수 있다. 보안 유지해라”라고 지시했다.
이에 문 사령관은 정보사령부 계획처장과 작전과장에게 연락해 △“상부로부터 지시를 받은 것이 있다” △“참모부에서 소령급 인원으로 8명을 선발하되 말귀 알아듣고 현장에서 상황 파악이 가능한 인원으로 구성해라” △“전투복에 야전상의, 전투조끼, 전투모, 권총 휴대, 실탄 인당 10발 정도(5발씩 탄창 2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3일 점심께 다시 문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저녁 오후 9시 경에 정부과천청사 일대에서 대기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문 사령관은 같은 날 오후 4시 무렵 정보사 계획처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오늘 야간에 정부 과천청사 인근에 있는 중앙선관위에서 임무가 진행될 것이다. 중앙선관위 청사에 들어가 출입통제를 하고 전산실 위치를 확인하라”는 취지로 재차 지시했다.
정보사 요원들은 문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1시간 30분 전부터 선관위 인근에 대기하고 있었다. 비상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 30분께 정보사령부 소속 대원 10명이 ‘실탄 100발과 탄창’을 가지고서 카니발 2대에 5명씩 나눠 타고 출발해 같은 날 오후 9시쯤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정문이 보이는 도로가에 차량을 정차하고 대기시켰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명시했다.
비상계엄 선포보다 이른 시점에 선관위 장악 계획이 모두 마련됐던 것이다.
이는 문 사령관의 앞선 국회 증언과 배치된다. 문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김 전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과 관련한 첫 지시를 받은 게 비상계엄 선포 당일 오전 10~11시 무렵이었다고 밝혔다.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받았던 지시 대목 역시 없었다고 진술했다.
문 사령관은 국회에서 선관위 인원들에 대한 체포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비상계엄 당시 체포 대상 선관위 주요 직원 30여 명의 명단을 정보사 정모‧김모 대령에게 알려주고 작전을 지시했다. 정 대령은 부대원들에게 체포 명단을 전달하며 “해당 인원은 선거를 조작한 범죄자이므로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일경 기자 ekpark@·전아현 기자 ca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