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넘치던 아이비리그 대학도 돈 걱정할 날 온다?

입력 2025-01-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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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 후 비자 규제 강화로 외국인 학생 유입 감소할 수도
강달러 지속 시 미국 유학 매력도 떨어져
동문 기부금도 반유대주의 시위 여파에 급감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2023년 5월 하버드대 졸업생들이 학위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미국)/AP뉴시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2023년 5월 하버드대 졸업생들이 학위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미국)/AP뉴시스

미국에서도 인력과 프로그램 축소에 이어 폐교에 이르는 지역 국공립과 소규모 사립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하버드와 스탠퍼드, 듀크대 등 8개 아이비리그 명문대학들은 정·재계로 진출한 부유한 동문과 이들이 내는 기부금 등에 힘입어 이제까지 재정 걱정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 하버드만 해도 지난해 기준 532억 달러(약 77조3800억 원) 규모의 기부금을 확보해 다른 대학들의 자산을 압도한다.

하지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버드를 비롯해 아이비리그 대학도 ‘돈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이 이들 명문대 재정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7년부터 감세 및 고용법의 일환으로 학생 1인당 50만 달러가 넘는 기금을 보유한 대학(학생 수 500명 이상)에 1.4% 소득세를 부과해왔는데, 최근 이를 늘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소득세 부과율이 더 높아지면 대학들의 세금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이보다 훨씬 더 큰 부담은 트럼프가 내세우는 이민자 정책에 따른 비자규제 강화다. 외국인 학생은 평균적으로 미국 현지 학생보다 더 적은 지원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지 학생보다 더 많은 수업료를 내며, 이는 간접적으로 미국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비자 규제 강화로 외국인 학생 유입이 제한될 경우 이는 곧 미국 대학들의 재정 수입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트럼프의 고율 관세 정책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자극되고 달러 강세가 이어진다면 미국 유학의 매력도가 유럽이나 호주, 캐나다 등 다른 영미권 국가보다 떨어질 수 있다.

▲지난해 4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캠퍼스에서 한 학생 시위자가 해밀턴 홀 위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고 있다. 가자전쟁 발발 이후 미국 대학들은 친(親) 팔레스타인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시위가 거세지자 컬럼비아대는 캠퍼스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뉴욕(미국)/AP뉴시스
▲지난해 4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캠퍼스에서 한 학생 시위자가 해밀턴 홀 위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고 있다. 가자전쟁 발발 이후 미국 대학들은 친(親) 팔레스타인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시위가 거세지자 컬럼비아대는 캠퍼스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뉴욕(미국)/AP뉴시스

기부금도 감소하고 있다. 하버드의 2023회계연도 졸업생 기부금은 15% 감소했다. 가자전쟁 이후 반(反)유대주의 분위기가 확산한 가운데 대학들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부유한 동문이 기부금을 줄인 여파다. 또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인 컬럼비아대와 펜실베이니아대는 이보다 더 급격한 기부금 감소에 직면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의 인구 통계도 대학 재정 전망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는다. 진보정책연구소(PPI)에 따르면 당장 올해부터 미국 대학은 ‘입학생 수의 절벽’에 직면해 4년간 57만5000명의 학생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대학들은 학생 유지 경쟁으로 인해 행정 인력이 늘어나 정년(테뉴어) 보장을 받은 교수들의 채용 규모를 훨씬 넘어선 상태다. WSJ에 따르면 듀크대나 캘리포니아 공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를 제외한 교직원의 수가 학생 수를 이미 초과하고 있다.

이들 대학의 기금 운용 성과가 신통치 않은 점도 문제다. 유명 투자 컨설턴트 리처드 애니스는 지난해 12월 “높은 비용과 ‘구시대적 우월감’이 아이비리그 학교의 기금 운용 수익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니스는 전형적인 주식과 채권의 조합으로 투자했다면 기금의 자산 가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 증가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하버드의 경우 기금의 75% 이상을 비상장 주식, 헤지펀드,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는 14%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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