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보안 AI 스타트업에는 뭉칫돈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가 연초 기대와는 달리 ‘V’자 반등 없이 내림세로 종료됐다. 대다수 업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 가운데 2023년 바닥을 쳤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는 뭉칫돈이 몰리며 투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7일 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국적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상 투자 금액은 전년 대비 19.7% 감소한 6조883억 원, 투자 건수는 27.3% 줄어든 1336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당시 투자금이 50.5% 급감했던 것과 비교해 감소폭은 양호했으나 2021년 이후 3년 연속 투자금 감소세가 이어졌다.
특히 2022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여파와 국내외 경기 둔화 등으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초기 라운드 투자 침체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초기 라운드(시드~시리즈A) 투자 건수는 전년보다 30%가량 감소한 1067건, 투자 금액은 약 25% 줄어든 2조1845억 원으로 집계됐다. 투자 건수와 투자 금액 모두 전년보다 10%대 감소율을 기록한 중기(시리즈B~C) 및 후기 라운드(시리즈C~) 와 비교해 감소폭이 크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벤처투자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지표가 나오고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차갑다”며 “투자 유치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실적 등의 숫자로, 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투자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종별 투자 동향을 보면 대다수 업종에서 투자가 줄었으나 선박·조선과 우주항공·군수 업종의 스타트업 투자는 건수와 금액 모두 증가했다. 작년 방산 부문에서 상당한 성과를 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외에 바이오·의료·헬스케어는 투자 건수가 전년보다 30% 넘게 줄었지만, 투자금은 2400억 원이 증가한 1조2934억 원에 달해 28개 업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투자 시장 침체가 지속했음에도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작년 AI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상 투자금은 96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가량 급증했다. 작년 총투자금의 16%가 AI 스타트업에 몰린 것으로, 2021~2023년 AI 스타트업 투자 비중이 8~9%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AI 스타트업 중에서는 엔터프라이즈·보안과 바이오·의료·헬스케어 업종에 AI를 접목한 스타트업에 투자금이 몰렸다. 이들 업종 투자금은 각각 4279억 원, 2216억 원으로 전년보다 243%, 69%씩 투자금이 증가했다. 이밖에 모빌리티에도 144% 늘어난 1072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AI 관련 스타트업이 국내외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냄에 따라 투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도 관련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AI 업종 내에서도 옥석을 가려내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