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득세 유럽...오스트리아, 나치 뿌리 극우 정당 집권 가능성

입력 2025-01-0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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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자유당에 내각 구성권 일임
총선 다시 치르면 극우당 의석 늘어날수도
경제 침체·반이민 정서 영향
트럼프 집권도 극우 득세 부추겨

▲알렉산더 판데어벨렌(왼쪽)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헤르베르트 키클 자유당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빈/로이터연합뉴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왼쪽)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헤르베르트 키클 자유당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빈/로이터연합뉴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극우파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심지어 오스트리아에서는 나치에 뿌리를 둔 극우 정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집권 여당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는 반(反)민주주의가 금기시되지 않는 서방의 현주소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분석했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원내 1당 자유당(FPO)의 헤르베르트 키클 대표에게 내각 구성권을 일임했다. 자유당은 1956년 나치 친위대 간부 출신이 창설한 극우 정당으로, 지난해 9월 말 실시한 총선거에서 처음으로 원내 1당이 됐다. 집권 여당인 중도 우파 국민당은 제2당으로 후퇴했고 좌파 녹색당은 3당이 됐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당초 국민당 대표 칼 네함머 총리에게 내각 구성권을 일임했다. 그러나 모든 정당이 자유당과의 연정을 거부, 자유당을 제외한 연립정부가 실패하자 네함머 총리는 4일 당대표와 총리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총선을 다시 치를 경우 지지율이 높아진 자유당 의석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현 상태로 내각을 구성하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키클 대표에게 국민당과 대화를 시작하라고 요청했다.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다. 유럽 주요국에서도 극우 정당의 득세가 눈에 띈다. 2월 총선을 앞둔 독일에선 극우 포퓰리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약진이 예상된다. 독일 공영방송 ARD의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독교민주연합(CDU) 지지율은 33%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AfD가 19%로 뒤를 쫓고 있다. 집권당인 사회민주당(SPD)은 14%에 그쳤다.

프랑스에서도 극우 국민연합(RN)이 2027년 차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기세를 올리고 있다. 작년 12월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에서 RN의 마린 르펜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38%로 1위를 차지했다. 원내 3당인 RN이 ‘캐스팅보트’를 쥐면서 12월 초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발의한 정부 불신임안이 통과돼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 내각이 무너지기도 했다.

극우파 약진의 배경에는 경기침체와 고조된 반(反)이민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에 의존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대안이 나오지 않자 불신이 커졌고,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반이민 정서도 높아졌다.

우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도 유럽 극우파 세력 확장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한 유엔 관계자는 닛케이에 “나치를 긍정하는 일체의 언행은 전후 세계에서 오랜 시간 금기시됐다”며 “그러나 국제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초강대국(미국)에서 음모론자이자 반민주적 정치인이 정권을 잡으면서 유럽 내 전체주의 제어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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