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버 시장 강세에 블랙웰 전망치 상향
SK하이닉스 낙수효과…삼성도 공급 가능성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주가 올해에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전세계 AI 서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아키텍처인 ‘블랙웰(Blackwell)’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 제품 생산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전시회 ‘CES 2025’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밝히면서 향후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1분기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 생산량을 70만~8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 분기 출하량 대비 약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당초 업계 예측은 55만 개였지만 수요 강세가 지속하면서 블랙웰 생산량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반면 1분기를 기점으로 기존 시장 주력 제품이었던 H100·200 및 H20 등 호퍼(Hopper) 아키텍처 기반의 GPU는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호퍼 기반 제품 생산량이 지난해 4분기 150만 개에서 1분기 100만 개로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를 기점으로 시장 주력제품이 호퍼 제품에서 블랙웰 제품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블랙웰은 지난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에서 공개된 차세대 아키텍처다. 블랙웰 기반 B100 제품은 호퍼 기반의 H100 제품보다 연산 속도가 2.5배 빠르고, AI 추론 성능도 30배 향상됐다. 가격 역시 호퍼 제품 대비 50~60% 높다.
시장에서 AI 서버 수요 강세가 지속하면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체 서버 산업 가치 4133억 달러 가운데 AI 서버 가치는 2980억 달러다. 약 72%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전년 비중(67%) 대비 5%포인트(p) 늘어난 것이다.
엔비디아는 블랙웰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에 블랙웰 샘플을 전달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일본 소프트뱅크에 블랙웰 기반의 최신 AI 슈퍼컴퓨터 시스템인 DGX B200을 세계 최초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CES “2025’에서 기조연설에서 직접 나서 블랙웰 기반의 PC용 칩인 ‘지포스 RTX 50 시리즈’를 공개한 황 CEO는 다음 날 열린 기자회견 중 “SK와 삼성은 뛰어난 기업들이며 탁월한 메모리 제조사다. 그들이 계속해서 성공할 것이라 기대한다”며 강한 신뢰를 나타냈다. 기조연설에서 삼성과 SK를 언급하지 않은 것과 대조를 이루는 발언이다.
엔비디아 GPU에 탑재되는 HBM 등의 납품 성공이 이뤄지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 역시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는 차세대 제품인 HBM3E(5세대) 16단 제품 샘플을 공급하고 인증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황 CEO의 공급 시기 단축 요청에 따라 HBM4(6세대)도 납품할 예정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에서 엔비디아 리더십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 역시 엔비디아 성장에 힘입어 실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