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재건축할 걸” 마음 바꾸는 리모델링 조합…규제 완화 덕 볼까

입력 2025-01-0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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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서울 리모델링 추진 중단 단지
▲2024년 서울 리모델링 추진 중단 단지
올해부터 재건축을 둘러싼 규제 울타리가 본격적으로 낮아지며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조합이 갈림길에 섰다. 조합 유지 후 리모델링 진행과 재건축으로의 선회를 둔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7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2단지 리모델링 조합 해산총회가 열린.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의 사업 방향 선회를 목표로 한다.

준공 33년 차의 이 단지는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했다. 전용면적 33~49㎡의 소형 평수로만 이뤄져 평균 대지지분이 작다는 단점이 있어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꾸준히 추진했으나 2022년 안전성 문제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후 사업이 본격적으로 표류하기 시작했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은 시공권을 반납했고, 지난해 강남구청은 조합 측에 해산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리모델링 조합설립일부터 3년이 지나는 날까지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 조합은 총회 의결을 거쳐 해산 여부를 결정해야 해서다.

대치2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리모델링 조합 해산이 확정되면 곧바로 재건축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2021년 일방적인 시공계약 해지를 당한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이 리모델링 조합에 소송을 제기, 조합이 패소한 탓에 지급해야 하는 배상금(112억 원)과 지연이자 정산은 아직 남은 상태다.

리모델링 사업 추진과 중단의 기로에서 내홍을 겪는 곳은 또 있다. 대치2단지와 비슷한 시기에 리모델링 시동을 걸었던 성동구 응봉대림1차 또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활용해 현재 855가구에서 1308가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대부분 가구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를 추진 중”이라며 “기존 리모델링 조합은 곧 해산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강변현대도 리모델링 사업에 열의를 보였으나 참여 의사를 밝힌 시공사가 없어 지난해 조합 해산에 나섰다. 영등포구 현대홈타운과 성동구 두산 등도 재건축으로의 선회를 준비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은 준공 후 15년 만에 추진할 수 있고 안전진단 문턱도 낮아 재건축보다 빠른 진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지난해 정부가 안전진단 없이 아파트를 재건축할 수 있도록 규제 빗장을 푼 데다 정비계획 수립, 추진위원회 구성에 따른 동의요건도 대폭 간소화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리모델링이 더는 재건축의 대안 역할을 못 하게 된 셈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과 금융비용 증가로 공사비와 분담금 부담이 커진 것도 리모델링 철회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지난해 12월 강남구 청담건영 리모델링 조합은 시공사인 GS건설과 3.3㎡당 공사비를 기존 687만 원에서 1137만 원으로 65.5%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 경우 조합원이 내야 하는 평균 분담금은 약 5억7000만 원으로, 직전 최고가인 우성9차 리모델링 사업(개포더샵트리에, 약 4억 원)보다 42.5% 높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리모델링을 선택한 단지가 재건축으로의 전환을 고민하는 것은 불가피한 절차라고 설명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미 리모델링으로 상당 부분 사업이 진행된 단지가 아니라면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서 소유주 간 분쟁이 생겨 공사가 더 미뤄지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이후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가 재건축으로 방향을 전환하면 그동안 사용한 사업비 대여금도 다시 돌려줘야 한다”면서 “리모델링 시공사가 재건축에 재참여한다는 보장도 없어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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