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주스 만드는 젊은 치매환자…"고립·경력단절 해소" [區석區석-도봉구 초록기억카페]

입력 2025-0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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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기 치매 환자 위한 ‘초록기억카페’ 도봉점 개소
환자에겐 새로운 희망을, 보호자에겐 돌봄 부담 완화

▲오언석 도봉구청장(왼쪽)과 이덕심 씨가 새싹인삼주스를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도봉구)
▲오언석 도봉구청장(왼쪽)과 이덕심 씨가 새싹인삼주스를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도봉구)

“주스 만드는 걸 해봤는데, 새롭고 재밌어서 다음에 또 하고 싶어요.”

서울 도봉구에 2번째로 만들어지는 ‘초록기억카페’에서 일하게 된 이덕심(63)씨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씨는 “할 일이 생겨 기쁘고 누군가에 보탬에 되는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에 너무 즐거울 것 같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이 씨가 일하게 될 카페는 규모는 작지만 이 씨 가족에게 희망이 되는 ‘초록기억카페’다.

7일 서울 도봉구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제2호 ‘초록기억카페’ 개소식이 진행됐다. 초록기억카페는 서울시가 초로기 치매 환자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고 지역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운영 중인 카페다. 지난해 강서구에서 처음 문을 연 뒤 이번에 도봉구에서도 추가로 문을 열게 됐다.

초로기 치매는 원인‧질환에 상관없이 비교적 젋은 나이인 65세 이전에 치매가 발병한 것이다. 노년기 치매에 비해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해 환자와 보호자가 경험하는 어려움이 더욱 크다.

특히 여전히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할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특성으로 인해 가정에 큰 타격을 입히기도 한다.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 등이 초로기 치매를 겪게 되면 본인은 물론 보호자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씨 역시 약 3년 전에 초로기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이후 별다른 일을 하지 않은 채 집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초록기억카페’ 도봉점이 문을 열며 새로운 할 일이 생겼다. 이 씨가 초록기억카페에서 일하게 된 것은 가족들에게도 희소식이었다.

이 씨는 “딸도 제가 일하러 나가게 된 것을 좋아했다”며 “아무래도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활동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딸도 카페에 나가는 걸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달부터 본격 근무…양천구 등에도 추가로 문 연다

▲도봉구 초록기억카페에서 재배 중인 식물들. (이민재 기자 2mj)
▲도봉구 초록기억카페에서 재배 중인 식물들. (이민재 기자 2mj)

도봉구 ‘초록기억카페’는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초로기 치매 환자 10명이 돌아가며 근무할 예정이다. 이들은 스마트팜을 통해 직접 기른 농작물을 활용해 건강주스 등을 제조‧판매하는 ‘주스마스터’ 역할을 맡게 된다.

카페 한편에서는 새싹인삼, 비아그린, 그린웨이브 등 주스 제조에 쓰일 식물들이 재배되고 있었다.

이날 이 씨는 ‘주스마스터’ 명찰을 부착한 채 오언석 도봉구청장, 도봉구 치매안심센터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새싹인삼주스를 만드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여러 재료를 믹서기에 넣고 갈아 금세 주스를 만들어 냈다. 이 씨는 “어렵기는 하지만 ‘선생님께 배워서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문을 연 강서구 초록기억카페도 초로기 치매 환자는 물론 가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줬다. 초로기 치매 환자는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한 만큼 가족들의 돌봄 부담이 크지만, 환자들에게 ‘카페 근무’ 형태의 돌봄을 제공하면서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처럼 환자와 가족에게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며 강서구 초록기억카페에 참여한 환자 10명은 단 한 명의 중도 탈락 없이 지난해 카페 프로그램을 이수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초록기억카페를 통해 환자한테는 자기효능감 향상, 스트레스‧우울 개선 등의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가족들에게서도 부양 부담‧스트레스 감소나 우울증 감소 등의 효과가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올해 1개 자치구에 초록기억카페를 추가로 선정해 총 4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개소식을 진행한 도봉점에 이어 3호점은 양천구에 15일 문을 연다. 양천구 초록기억카페 역시 도봉구와 마찬가지로 초로기 치매 환자 등 10명이 팀을 이루어 함께 근무할 예정이다.

김태희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초로기 치매 환자는 경제활동을 해야 할 시기에 경력이 단절돼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과 교류하는 사회 활동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서울시는 초로기 치매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초록기억카페’ 프로그램 등을 적극 지원하고 앞으로 환자와 가족을 위한 지지 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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