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옮기는 이유 있어"…SM엔터 '홀대 논란', 태연만의 문제 아니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5-01-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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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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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명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가 올해 30주년을 맞이합니다.

1995년 2월 14일 가수 출신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설립한 SM엔터는 1세대 아이돌 H.O.T.와 S.E.S를 시작으로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를 배출했습니다.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f(x)),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라이즈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가장 많은 K팝 아이돌을 론칭, 흥행시켰는데요. 이들은 모두 1세대부터 5세대에 이르기까지 '간판 아티스트'로도 자리 잡았죠.

한국 가수 최초 중국에서 정식 앨범 발매(H.O.T.), 한국 가수 최초 일본 오리콘 차트 1위(보아), 한국 가수 최초 도쿄돔 입성(동방신기) 등 굵직한 기록도 SM엔터 소속 아티스트들로부터 나왔습니다.

2023년엔 이수만 전 프로듀서와의 경영권 분쟁 끝에 카카오에 인수됐지만, SM엔터 특유의 '깔'은 유지됐습니다. 팬들 사이에선 "가져오는 노래가 더 세련돼졌다", "내 돌(아이돌) 컴백 일정이 제때 나오는 게 감개무량하다" 등 호평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신인 발굴에도 게으르지 않았죠. 라이즈, NCT 위시 등 보이그룹에 이어 올해 상반기 신인 걸그룹도 데뷔할 예정입니다.

SM엔터는 30주년을 자축하기 위해 11~12일 양일간 서울 고척스카이돔(고척돔)에서 합동 콘서트를 엽니다. 지난해 11월 예고된 'SM타운 라이브 2025 인 서울'(SMTOWN LIVE 2025 in SEOUL) 라인업에는 강타부터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태연과 효연, NCT 위시, 나이비스, 레이든 등이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죠.

그렇게 합동 콘서트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와중, 돌연 잡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일부 아티스트들의 불참 소식이 전해진 건데요. 이 과정에서 SM엔터와의 '불화설', 심지어는 '재계약 불발설' 등 다소 극단적인 추측까지 이어지면서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출처='버블' 캡처)
(출처='버블' 캡처)

태연 이어 웬디까지 불참…직접 드러낸 아쉬움

지난달 SM엔터 측은 티켓 예매처를 통해 태연이 'SM타운 라이브 2025 인 서울'에 불참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이미 티켓 예매가 끝난 뒤였죠.

SM엔터 측도 갑작스레 출연진이 변경된 만큼 수수료 없이 예매 취소 및 환불을 보장한다고 설명했지만, 태연이 라인업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아 팬들의 의문을 자아냈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의지'까지 거론되면서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태연이 2007년 데뷔한 '고연차 아이돌'인 만큼, 합동 콘서트에 대한 의욕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죠.

음모론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떠돌자 태연은 직접 해명에 나섰습니다. 6일 팬 소통 플랫폼 '버블'을 통해 "멋지게 무대하고 싶었던 상황이었고 의욕 넘치게 두세 곡 하고 싶어서 준비하려고 회사에 말하고 기다리는 중이었다"며 "결론만 얘기하자면 (회사에서) 준비를 안 해줘서 아예 못하게 됐다"고 밝힌 겁니다.

태연은 특히 "제가 의욕이 없고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소원(팬덤명)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건 혹시라도 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오해를 하실까 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한 팬이 "회사도 뭔가 사정이 있지 않을까. 회사도 난처할 것"이라고 말하자 태연은 "그 사정이 전달하는 걸 까먹었다는 거라는데, 난처할 수 있겠다"고 답하면서 소속사 측을 작심 비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레드벨벳 웬디의 불참 소식도 전해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같은 날 SM엔터 측은 "웬디는 개인적인 사유로 출연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한 예매 취소 및 환불은 예매처 고객센터를 통해 취소 수수료 없이 가능하다"고 알렸죠.

웬디도 버블을 통해 소속사 측에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는데요. 그는 이날 "회사랑 얘기는 한 달도 전에 된 건데 공지가 오늘에야 올라갔다. 레드벨벳 5인 무대 기다리는 러비(팬덤명)들이 많았을 거 같은데 미안하다"면서도 "30주년인 만큼 다양한 무대가 준비돼 있을 거다. 좋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고 관심을 독려했습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우리 의견 아예 안 들어줘" 토로…레드벨벳 재계약 불발설도 등장

태연과 웬디 모두 소속사와 '소통'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 셈인데요. 이들의 팬덤을 중심으로, 핑크 블러드(SM엔터 팬덤)들의 불만이 하나둘씩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처럼 가수가 직접 SM엔터 측에 아쉬움을 드러낸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겁니다.

태연은 2019년 자신의 솔로곡의 뮤직비디오가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공개되자 황당한 심경을 표한 바 있습니다. 당시 SM엔터는 태연의 정규 2집 '불티 (Spark)' 뮤직비디오를 2시간가량 늦춰 공개했는데요. 태연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태연이 부릅니다. 하하하 LOL"이라는 글을 올려 당혹감을 에둘러 표현했죠.

2023년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 안팎이 시끄러웠을 때도 의미심장한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영화 '부당거래' 속 한 장면이 담긴 영상을 게재한 겁니다. 배우 류승범이 연기한 캐릭터가 "정말 다들 열심히들 산다. 열심히들 살아"라고 말하는 부분이었죠. 이때 네티즌들은 태연이 SM엔터 경영권 분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게 아니냐고 추측했습니다.

SM엔터와 다소 삐걱대는 호흡을 체감케 한 아티스트들은 태연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레드벨벳은 데뷔 10주년을 맞아 미니 앨범 '코스믹(Cosmic)'을 발매했는데요. 본격적인 활동 전부터 심상찮은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멤버 조이가 "언제까지 비밀인 건지, 아니면 깜빡하고 알리지 못한 건지, 아니면 다음 주에 발표하려고 그러는 건지 나도 의문"이라며 신보 홍보에 나서지 않는 회사 측에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 겁니다.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후반 작업에 시간이 지체돼 공개가 지연되는 등 불상사도 일어났는데요. 조이는 '뮤직비디오 리액션 해달라'는 한 팬의 요청에 "글쎄, 우리 의견을 아예 들어주지 않고 기다리라고만 하더니 수정된 부분이 하나도 없는 뮤직비디오를 봐서. 더 말하면 안 될 것 같으니까 조용히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메시지엔 눈물 흘리는 표정의 이모티콘도 덧붙였죠.

태연 팬덤은 지난해 12월, 레드벨벳 팬덤은 2023년 7월 트럭 시위를 진행하며 소속사 측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취지는 비슷했습니다. 아티스트 프로모션이 턱없이 부족해 홀대, 방치에 가깝다는 지적이었죠.

특히 레드벨벳의 경우 멤버 슬기와 아이린이 2023년과 지난해 각각 SM엔터와 재계약 소식을 전했지만, 조이와 웬디, 예리의 재계약 소식은 전해지지 않아 팬들을 애타게 하고 있습니다. SM엔터 측은 지난해 9월 "조이와 재계약을 논의 중"이라는 입장만 전한 바 있죠.

여기에 이번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웬디의 불참이 재계약 불발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센터제 도입에도 '홀대 논란' 못 피해…"고연차 돌, 떠날 수밖에"

SM엔터는 2023년 2월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새 경영 전략인 SM 3.0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전략의 핵심은 멀티 프로덕션 및 멀티 레이블 시스템 도입이었는데요. 각 프로듀서가 사내독립기업(CIC)처럼 센터를 이끌면서 음악을 제작하고 아티스트를 키운다는 내용이죠.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그룹이 라이즈였습니다. SM엔터 특유의 독특한 세계관, 강렬한 콘셉트가 아닌 자연스러운 청춘의 모습을 전달한다는 점으로 차별점을 줬는데요. NCT 위시 역시 기존 NCT와는 사뭇 다른, 자연스럽고 청량한 이지리스닝을 표방하며 함께 사랑받고 있습니다.

신인뿐 아니라 기존 아티스트들의 활동 방향에도 변주를 줬습니다. NCT의 '무한 확장·개방' 콘셉트는 SM 3.0 선언과 함께 종료됐는데요. NCT 위시를 마지막으로, 멤버 수 제한 없이 팀에 영입하는 무한 개방, 세계 다양한 도시에서 다양한 구성으로 활동한다는 무한 확장은 이제 볼 수 없게 됐죠.

라이즈, NCT 위시의 데뷔 이외에도 각 프로덕션은 담당 아티스트들을 집중적으로 케어하면서 '열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적지 않은 그룹이 '대박'을 터뜨렸는데요. 올해 '슈퍼노바(Supernova)'부터 '아마겟돈(Armageddon)', '위플래시(Whiplash)' 등 발매한 곡마다 음원차트 정상에 올려놓은 에스파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죠.

이에 올해 상반기 데뷔할 새 걸그룹에도 큰 기대가 쏠립니다. 그간 SM엔터가 특히 걸그룹에 있어서 '흥행 불패' 역사를 써온 만큼, 새롭게 등장할 그룹 역시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할 거라는 전망인데요. 에스파 이후 5년 만에 론칭하는 새 걸그룹이라 기대는 높아집니다.

다만 멀티 프로덕션 체제가 호평만 자아내는 건 아닙니다. 일부 팬덤들 사이에선 비판이 되레 거세지기도 했는데요. 센터별로 음반, 홍보 등 프로모션의 질적·양적 퀄리티를 비교하기 쉬워지면서 특정 아티스트 '홀대·방치 논란'도 불거지기 쉬운 구조가 된 겁니다. 센터제와는 별개로 아티스트 재계약과 관련한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죠.

한 네티즌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요즘 연차 찬 SM엔터 아이돌들 많이 (소속사를) 옮기는 이유가 있는 듯하다. 회사가 너무 커지면 매니지먼트도 힘든가 보다"라고 혀를 찼는데요. 3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시점에서 오랜 시간 함께 발맞춰온 소속 아티스트, 그리고 팬들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뼈아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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