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거래소, ‘이사 충실의무’ 기업 거버넌스코드 도입…작년 토픽스 개정 발표”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이 벤치마킹하는 일본 기업 거버넌스 개혁의 핵심 요소는 금융 당국과 한국거래소(KRX)가 주도하는 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기업 이사회의 책임성 강화라는 분석이 나왔다.
료시로 고다이라 니혼게이자이신문 선임기자는 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홀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열린 ‘일본 거버넌스 개혁 추이와 2025년 전망, 한국에 시사점은?’ 세미나에서 “일본 금융청 규제와 도쿄증권거래소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거버넌스 개혁은 일본 증시 퍼포먼스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고다이라 선임기자는 “일본 거버넌스 개혁은 2014년 금융청과 도쿄거래소의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으로 시작됐다”며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시 주주환원에 초점을 맞추도록 했는데, 비록 법이 아니어서 구속력은 없었지만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청이 자산운용사, 뮤추얼펀드 등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준수하라고 강력히 촉구했기 때문인데, 스튜어드십 코드를 준수하지 않으면 불이행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던 점이 유효했다”며 “반면 금융청이 아닌 후생성으로부터 관리받는 연기금은 소수의 연기금만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따랐다”고 진단했다.
그는 “도쿄증권거래소는 2015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포함하는 ‘기업 거버넌스 코드’를 도입해 사외이사 독립성과 다양성을 제고할 것을 요구했다”며 “2022년에는 거버넌스 코드 이행 여부를 상장 요건에 포함했고 지난해에는 기업들에 자본비용과 주가를 고려한 경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짚었다.
또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도쿄증시 1부를 모두 반영한 토픽스(TOPIX) 지수도 유동주식 비율 시가총액을 변경하고 편입 종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기업들의 밸류업 욕구를 상당 부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며 “토픽스 구성 종목으로 포함되면 인덱스펀드로 주식이 자동 매수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약 10년간 개혁한 결과, 2014년 일본 상장사가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를 3분의 1 이상 둔 기업은 6.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8.2%가 됐다”며 “일본 경제산업성(METI)도 2023년 인수합병(M&A)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기업 인수 여부를 기업가치와 주주 공동 이익 증진 여부에 따라 결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대기업 위주 참여와 미흡한 지배구조 개선 등 한계가 여전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밸류업 공시 기업이 늘고 이들 기업의 수익률이 양호했다는 성과는 있다”고 전제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기준 밸류업 공시 기업이 83개로 전체의 88.3%를 차지하는 만큼 향후 중소·중견기업과 코스닥 상장사 밸류업 공시 참여 유도가 필요하다”며 “일본 기업은 사내·사외이사 책임을 제시하고 소위원회 역할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 부분을 강조해 공시하지만, 한국은 이런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바람직한 기업 지배구조란 기업이 중장기 비전과 목표를 원활히 수행하도록 기업 지배구조 구성원이 견고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이사회·경영진, 그 외 이해관계자들의 이해 상충을 최소화하고 일치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