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희의 우문현답] 진짜 “무자식 상팔자” 시대?

입력 2025-01-07 19:0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화여대 명예교수ㆍ사회학

자녀 없는 부부 비중 급속하게 높아져
30대 미혼 여성 60%가 출산에 부정적
각박한 환경 반응한 결과…마음 무거워

1991년 봄 학기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들려준 이야기다. 정부에선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는 표어를 만들었지만, 자신들 표어는 따로 있다고 했다. “가족계획은 이웃집과 상의해서 두 집 건너 하나씩!”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구나 실감하게 된다.

지난 주말, 올해 출생아 수가 24만 명을 넘어 지난해 보다 소폭 반등했노라는 반가운 뉴스가 올라왔다. 한데 결혼 따로, 출산 따로인 서구나 남미와 달리 혼외 출생률이 극히 낮은 우리네 상황에서는 결혼건수가 계속 하강곡선을 그리는 상황이기에, 출생률에 푸른 신호등이 켜질 것이란 기대는 시기상조인 듯하다.

실제로 혼인건수를 들여다보면 2015~2016년 사이 30만2000건에서 2016년 28만1000건으로 2만여 건 줄었고, 다시 2020~2023년 사이 21만3000건에서 19만3000건으로 또 2만여 건 감소했다.

이들 혼인건수 감소 못지않게 또 하나의 의미심장한 변화가 진행 중인 듯하다. “무자식 상팔자” 시대가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오기 시작했음을 놓쳐선 안 될 것 같다.

1910~1930년대생의 경우 무자녀 비중은 약 2.0% 내외에 불과했고, 베이비부머인 1950년대생과 1960년대생도 각각 3.1%와 2.9%로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1970년생부터 무자녀 비중은 4.8%로 상승하기 시작하여 1975년생은 6.8%, 1980년생은 12.9%로 빠르게 늘어갔다.

30대 서울시 거주 미혼 남녀의 출산에 대한 생각은 더욱 파격적이다. 2명 중 1명(49.5%)만 ‘결혼과 출산 의향 모두 긍정적’이라 응답한 가운데, 4명 중 1명(25.7%)은 ‘결혼과 출산 의향 모두 부정적’이라 답했고, 5명 중 1명(20.2%)은 ‘결혼은 긍정적이나 출산은 부정적’이라 답했다.

결혼과 출산 모두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여성 35.7%, 남성 15.7%, 결혼은 긍정적이나 출산은 부정적이라는 답은 여성 25.3%, 남성 15.0%로, 30대 미혼 여성 10명 중 6명(61%)이 출산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2020년 최지은의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에는 자녀 없는 삶을 선택하기까지 부부가 감내해야 했던 양가의 압력과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남편이 시어머니에게 ‘자신이 불임의 원인’이라고 넌지시 거짓을 고하면서 시댁의 압력에서 자유로워졌다는 부부 사례도 등장하고, 부부가 결혼과 동시에 각자의 부모를 설득해서 절대로 ‘아이는 언제 가질거냐?’ 같은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지 않도록 했다는 사례도 등장한다. 엄마가 되지 않기로 결심한 여성 스스로 과연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부단히 회의하며 자괴감에 빠지는 모습도 자주 등장한다.

그랬었는데, 어느새 30대 미혼 남녀의 생각은 부모대의 생각에서 성큼 멀어져가고 있다. 이들에게 자녀가 있는 부부를 볼 때와 자녀가 없는 부부를 볼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1점(매우 부정적)부터 10점(매우 긍정적)까지 점수를 매겨보도록 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자녀가 있는 부부를 볼 때 긍정(8~10점) 25.0%, 중립(4~7) 53.0%, 부정(1~3) 21.9%였던 반면, 자녀가 없는 부부를 볼 때는 긍정 17.8%, 중립 72.4%, 부정 9.8%로 나타났다.

물론 자녀가 있는 부부를 볼 때의 긍정적 느낌 ‘행복해 보인다’ ‘든든해 보인다’ 등이, 자녀가 없는 부부를 볼 때의 긍정적 느낌 ‘세련되었다’ ‘멋지다’ 등보다 다소 높았지만,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저 그렇다는 느낌은 무자녀 부부를 볼 때가 유자녀 부부를 볼 때보다 현저하게 높았다.

심지어 자녀가 있는 부부를 볼 때의 부정적 느낌(힘들어 보인다, 고생할 것 같다)은, 자녀가 없는 부부를 볼 때의 부정적 느낌(옳지 못하다, 이기적이다)을 압도하고 있었다.

예전 ‘무자식 상팔자’라 할 때는 “그래도 고기는 씹어야 제 맛”이고 “자식 없으면 제삿밥은 어찌 얻어먹노”라는 푸념과 함께, 자식 없는 이들을 위로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자녀를 대하는 시선이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남녀를 볼 때의 시선만큼 쿨하게 변화했다. 무자녀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는 자녀를 키우기 만만치 않은 사회 환경에 대한 반응일 것이다.

이제 자녀를 갖지 않는 것은 ‘커리어에 목 맨 고학력 여성’만 선택하는 전략이 아니라, 냉혹한 사회구조적 상황에 처했을 때 오랜 세월 남녀가 선택해온 반응임을 기억할 일이다. ‘출생률은 절망의 바로미터’임이 분명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발열ㆍ오한ㆍ구토' 증상 있다면…독감 아닌 '○○' 의심해 보세요 [이슈크래커]
  • 수도계량기 동파 주의…‘수목금’ 최강 한파, 절리저기압 때문? [해시태그]
  • 소득구간 대비 의료비 더 썼다면…본인부담상한제로 환급금 신청해볼까 [경제한줌]
  • ‘2차 집행은 다르다’ 예고한 공수처...尹 신병확보 시나리오는
  • 당정 "27일 임시공휴일로 지정"...설 엿새 휴일 '황금연휴'
  •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바구니…금융·증권주 쓸어 담았네
  • 미국, 지표 너무 좋아도 문제…또 힘 받는 인플레 우려에 채권시장 ‘불안’
  • ‘안갯속’ 美 금리 인하에…10만 달러선 반납한 비트코인, “금리 이슈 촉각”
  • 오늘의 상승종목

  • 01.0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3,247,000
    • -3.32%
    • 이더리움
    • 5,019,000
    • -6.12%
    • 비트코인 캐시
    • 651,000
    • -5.99%
    • 리플
    • 3,471
    • -3.23%
    • 솔라나
    • 294,700
    • -6.3%
    • 에이다
    • 1,484
    • -11.03%
    • 이오스
    • 1,197
    • -11.46%
    • 트론
    • 373
    • -5.57%
    • 스텔라루멘
    • 639
    • -5.19%
    • 비트코인에스브이
    • 78,150
    • -9.65%
    • 체인링크
    • 31,260
    • -8.92%
    • 샌드박스
    • 894
    • -11.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