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공급 관건…젠슨 황 CEO, 긍정 평가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올해 상황 역시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캐시카우인 반도체 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레거시(범용) 메모리 수익성이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에 따라 지속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성능 메모리 시장 역시 빠르게 추격당하면서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 시장 큰손인 미국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빠른 퀄테스트(품질검증) 통과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배경에는 반도체(DS) 부문의 경영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삼성전자가 사업부별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DS 부문의 영업이익이 약 3조 원 중반대로, 3분기 3조9000억 원 대비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추격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범용 메모리의 경우 중국의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지난해부터 구형 D램인 DDR4를 반값에 대량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스마트폰, PC 등 정보기술(IT) 시장 수요 침체도 예상보다 깊어지면서 공급이 과잉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해 7월 2.1달러에서 11월 1.35달러로 넉 달 새 약 36% 하락했다.
고부가 제품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에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CXMT는 지난해 말부터 DDR5 양산에 성공해 판매에 돌입했다. 수율(양품 비율) 역시 국내 기업과 비슷한 수준인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I 반도체로 주목받는 HBM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타격이 더 크다는 평가다. 이에 업계에서는 HBM 중심의 빠른 사업 전환이 올해 실적 반전을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 AI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잡는 게 우선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역시 HBM3(4세대)부터 사실상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을 해오면서 몸집을 크게 부풀렸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을 23조 원대로 전망하는데, 이는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8년(20조8438억 원)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반등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전자의 HBM에 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HBM3E(5세대) 8·12단 제품에 대해 퀄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황 CEO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HBM은 현재 테스트 중이다.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원래 엔비디아가 사용한 첫 HBM 메모리는 삼성이 만든 것이었다. 그들은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은 유통 재고 건전화와 HBM3E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하면서 2분기부터 실적 반등에 나설 전망”이라며 “파운드리도 엑시노스 및 CIS 가동률 상승에 따라 영업적자가 축소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