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탄핵-尹계엄 경제지표 비교한 KDI…"9년 전보다 가계·기업심리 위축"

입력 2025-01-08 12:00 수정 2025-01-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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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탄핵 때 CCSI 3개월간 9.4p↓…尹계엄 땐 12.3p↓
"정국 불안, 금융시스템 불안으로는 이어지지 않아"
"정치 등 불확실성에 경제심리 악화…경기하방 위험"

(KDI)
(KDI)

9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보다 작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탄핵 국면의 경제심리 지표가 크게 위축됐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신정부 통상 정책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 심리를 위축시켜 최근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경제동향 1월호'에서 "2016년 10월 24일 이후(국정농단 사태 본격화)보다 지난해 12월 3일(비상계엄 선포일) 이후 금융시장이 다소 불안정했지만 가계·기업 심리는 더 큰 폭으로 위축됐다"며 대통령 탄핵 사태가 벌어진 9년 전 과거와 최근 정국 불안 시기에서의 금융시장 및 심리 지표를 비교 분석했다.

KDI가 매월 발표하는 경제동향에 별도 분석 박스를 만든 것은 2020년 이후 역대 6번째, 전·현직 대통령 탄핵 국면의 경제 지표를 비교 분석한 것은 역대 처음이다.

KDI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과거 2016~2017년 정국 불안 시기 3개월에 걸쳐 9.4포인트(p) 하락한 반면 최근에는 1개월 만에 12.3p 하락했고 기업심리지수도 과거와 달리 비교적 큰 폭 하락했다"고 했다. 제조업 및 비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도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우상향 흐름(70→80대·기준=100)을 보인 박 대통령 탄핵 정국보다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윤 대통령 계엄·탄핵 정국의 낙폭(70→60대)이 두드러졌다.

반면 금융시장은 과거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KDI에 따르면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정국 불안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 중반에서 1200원을 웃돌면서 약 7%의 증가폭을 보였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는 환율이 1400원선에서 1480원대까지 약 5% 오르다 최근 1450원대로 줄어들었다.

국가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2016~2017년 정국 불안기(저점 대비 14bp 증가)보다 2024~2025년 불안기(4bp 증가)의 bp 증가폭이 3배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이번 정국 불안 시기에 금융시장이 다소 불안정했지만 과거 정국 불안 시기에 비해서는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KDI는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생산과 수출은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건설업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도 미약한 흐름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미국 통상정책 변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경제 심리도 악화하고 있다고 봤다. KDI가 경제동향에서 '국내 정치'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KDI는 계엄 선포 일주일 만인 지난달 10일 발표한 경제동향 12월호에도 '정치' 표현을 담지 않았다. KDI는 9년 전인 박 대통령 탄핵 정국 시기 내놓은 경제동향 2016년 12월호에 '국내 정치 혼란'이라는 언급을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KDI 관계자는 "지금이 이례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과거와 현재 탄핵 정국의 지표를 비교한 것도 처음"이라고 전했다.

KDI는 최근 국내 정국 불안이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나 경제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은 증대됐다고 봤다. 특히 11월 소매판매(전년대비 -1.9%)는 승용차(-7.9%), 가전제품(-4.5%) 등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한 가운데 소비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 KDI의 지적이다.

설비투자(전년대비 2.6%)는 기계류(9.7%)가 반도체(반도체제조용장비·63.3%)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는 흐름이다. 단 국내기계수주 증가율(-15.3%) 등은 전월에 비해 하락하며 반도체 제외 산업의 설비투자 부진 가능성을 전망했다. 12월 무역수지(64억9000만 달러)는 반도체 수출 호조로 19개월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KDI는 "미국 통상 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수출 여건은 다소 악화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 부과 등을 공약한 미국 트럼프 2기 정부는 20일(현지시간)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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