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도 기대치 하회
매출은 회복세… 올해 기대감도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시장 전망치에 못 미친 6조 원대 영업이익에 그쳤다. 스마트폰, PC 등 정보기술(IT) 수요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범용(레거시) 메모리의 수익성 악화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타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LG전자 역시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물류비용 부담과 비수기 영향이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8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분 매출 75조 원, 영업이익 6조5000억 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10조 원 밑으로 떨어진 전년 4분기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은 10.65%, 영업이익은 130.50% 각각 증가했다. 다만 전 분기 대비 매출은 5.18%, 영업이익은 29.19% 각각 감소했다.
부문별 실적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반도체 부문이 타격이 컸던 것으로 점쳐진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은 3조 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와 함께 이례적으로 주요 실적 하락 요인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고 IT 제품 중심의 업황 악화로 매출 및 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은 PC·모바일 중심 컨벤셔널(일반) 제품 수요 약세 속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분기 메모리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면서도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 및 선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어 “비메모리 사업은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가동률 하락 및 연구 개발비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부연했다.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과 관련해선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가 줄고,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며 실적이 줄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이날 LG전자 역시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4분기 잠정 실적을 내놨다. LG전자 4분기 영업이익은 1461억 원으로 증권가 전망치 3970억 원을 크게 밑돈다. 연결 자회사인 LG이노텍을 제외한 단독 실적 기준으로는 수익성 악화로 적자를 냈을 가능성도 나온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연간으로는 실적이 회복되는 분위기여서 올해 반등을 노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 300조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89% 늘었다.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던 2022년(302조2300억 원) 이후 2년 만에 300조 원 고지를 찍었다. 작년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398% 증가한 32조73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날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부회장)은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5’가 개최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실적에 대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건 맞다”며 “한발 짝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부문은 전영현 부회장이 열심히 하고 계시니 기대를 하셔도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LG전자는 연간 기준 매출 87조74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6% 증가하며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최근 4년간 LG전자 연결 매출액의 연평균 성장률은 10%를 넘어선다. 연간 영업이익은 3조4304억 원으로 전년보다 6.1% 줄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연간 경영실적으로 보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따른 질적 성장이 이어지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