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포기한 '줍줍' 아파트 무조건 잡는 게 이득?

입력 2025-01-0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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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스테이트 등촌역' 견본주택.  (사진제공=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촌역' 견본주택. (사진제공=현대건설)

뜨거운 열기를 뽐내던 서울 분양시장에 '줍줍'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비싸진 가격과 대출 옥죄기, 주택 시장 경색 우려 등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계약 포기 물량 등이 계속해서 나올 전망이다.

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강서구 '힐스테이트 등촌역'은 다음 주 79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추첨·계약을 진행했지만 공급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해서다.

지난해 12월 평균 35.6대 1의 경쟁률로 전 타입 1순위 마감하며 큰 관심을 끌었지만 막상 계약을 포기한 청약자가 많았던 것이다.

금천구 '한신더휴 하이엔에듀포레'도 다음주 49가구의 무순위 청약이 예정돼 있다. 강동구 '그란츠 리버파크'와 은평구 '양우내안애 퍼스티지'도 임의공급에 나선다.

노원구 '서울원 아이파크'는 이날 자체 홈페이지에서 무순위 청약 신청을 받았고 마포구 '마포 에피트 어바닉'도 선착순 동·수 계약이 진행 중이다. 서대문구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는 전날 청약홈에서 15가구에 대해 8차 임의공급의 청약자를 모집했다.

서울 분양시장에서 미계약이 이어지는 이유로는 치솟은 분양가와 높아진 대출 문턱 등이 꼽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단지마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보면 강남 쪽이 아니면 분양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시세차익이 줄었다는 점과 대출 규제로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 거래 침체와 가격 하락 우려도 무순위를 만들어낸 배경"이라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3.3㎡당 4720만7000만 원으로 3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4000~9000건대를 기록하다 9월부터 3000건대로 떨어졌고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다섯째 주 보합을 기록하며 41주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작년 연말부터는 '12·3 비상계엄'의 여파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지금 같은 분위기가 한동안 지속되면 무순위 물량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활용한 내 집 마련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함 랩장은 "경제적·정치적 불확실성과 주택 가격에 대한 불안이 존재하지만 시장 상황은 변할 수 있고 공급이 풍부한 상황도 아니다"라며 "자금 마련 등의 준비는 돼 있으나 가점이 낮아 고민이 있던 수요자들에게는 무순위가 집을 마련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세 안정성과 상승 여력 등을 생각할 때 단지 규모와 입지를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작고 주택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고분양가 단지가 저렴해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주변 시세와 비교해 가격 매력이 크지 않을 때는 청약보다 신축 매입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년마다 5%의 감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적정 가격을 판단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주변 단지의 연식이 9년 됐다면 새 아파트는 이보다 15% 높은게 적당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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