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생검은 보이지 않는 암을 잡아내는 조기진단 기술입니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차별화된 기술로 해외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미래에는 암 외의 질병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입니다.”
김태유 아이엠비디엑스 대표는 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본사에서 본지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아이엠비디엑스는 혈액 속의 유전자를 분석해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맞춤 항암 치료를 안내하는 정밀의료 기업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품을 개발해 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회사의 액체생검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혈액진단 기술을 기반으로 환자의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기존 조직검사와 달리 빠르게 암을 진단할 수 있고 1㎝ 이하의 종양도 검출할 수 있다.
아이엠비디엑스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암 발생 전주기에 걸쳐 진행 단계별로 적용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검증도 마쳤다. 국내에선 서울대병원 등 30개 이상 병원에 입점하며 암 진단 관련 액체생검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또한 20여 개국에 진출하고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인 김 대표는 2014년부터 암 유전체 분석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액체생검 기술의 가능성을 봤다. 과제가 끝난 후에는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2018년 아이엠비디엑스를 창업했다. 이어 약 6년 만인 지난해 4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액체생검은 혈액, 타액 등으로 암 등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소량의 혈액으로 암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조기에 진단할 수 있어 빠른 치료가 가능하고 수술 후 재발 여부도 빨리 알 수 있다.
김 대표는 “액체생검은 병원에서 하는 기본 검사 단계에서 혈액을 채취해 암이 있는지 알 수 있다. 10㎖ 정도만 채혈하면 8대 암을 스크리닝할 수 있다”며 “피만 뽑으면 돼 기존 조직 검사와 달리 환자 부담이 적고, 빠르게 여러 종류의 암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다. 찾기 어려웠던 1㎝ 이하의 암도 조기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액체생검은 혈장의 디옥시리보핵산(DNA)을 활용한다. 정상인의 혈장에는 암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ctDNA(Circulating Tumor DNA·순환종양핵산)가 없지만, 암 환자에서는 발견돼 암 환자의 혈장에서 나온 DNA를 뽑아 진단한다. 김 대표는 “암 세포가 증식하면 세포 안에 있는 DNA가 혈액에 흘러 들어가 액체생검으로 진단할 수 있다. 조기 진단을 위한 기술 중 액체생검보다 더 정확한 건 없다”고 강조했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정상인 대상 조기 스크리닝 ‘캔서파인드’, 진행암을 프로파일링하는 ‘알파리퀴드’, 암 수술 후 잔존암을 탐지하는 ‘캔서디텍트’ 등 암 발생 전주기에 걸쳐 진행 단계별로 적용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2021년 출시한 알파리퀴드는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며 주요 제품으로 자리 잡았고, 캔서파인드는 2023년 11월 출시했다. 캔서디텍트는 지난해 8월 혁신의료기술로 인정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아이엠비디엑스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21년 대만 진출 이후 유럽, 일본, 인도 등 23개 국가에 진출했다. 해외 매출 비중도 매년 성장해 지난해 3분기 36%까지 증가했다. 김 대표는 해외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다각도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아스트라제네카 CAMCAR(Central America and Caribbean)과 중남미 지역에 알파리퀴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의 경우 지점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할 예정이고, 미국과 인도에는 직원을 파견했다”며 “특히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있어 충분히 공략할만한 시장”이라고 자신했다.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도 이어졌다.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전립선암 치료제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 처방 동반진단 제품 ‘알파리퀴드 HRR’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전립선암 환자의 유전자 15개를 탐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항암제 사용 적합도를 미리 체크하고 표적항암제 개발에 활용한다. 머크와도 동반진단 임상연구를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
김 대표는 “린파자 처방에 앞서 알파리퀴드 HRR을 사용해 치료제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예측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를 통해 현재 10여 개국에 제품을 판매 중이다. 머크와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텝메코(성분명 테포티닙)의 동반진단 유효성을 입증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외 국내외 5~10개 기업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올해 알파리퀴드에 쏠린 매출원을 확장해 균형을 이루고 해외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며 나아가 암에만 국한된 진단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매출 중 알파리퀴드가 66%를 차지했다. 이어 매출 비중은 캔서파인드(16%), 캔서디텍트(14%) 순이었다. 매출의 과반 이상이 알파리퀴드에 집중돼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는 알파리퀴드가 매출을 이끌었다면 올해는 시장에 출시하고 국내 주요 검진센터에 입점하는 캔서파인드를 기대하고 있다. 캔서디텍트도 혁신의료기술에 선정돼 비급여를 받으면 균형 잡힌 매출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액체생검은 암을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중요한 기술이다. 국내에서 입지를 다지고, 차별화된 기술로 해외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는 다른 질병의 조기진단에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니까 암이 아닌 질환에도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