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결정은 아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국과 적대국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보편 관세에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기반으로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CNN이 8일(현지시간)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CNN은 트럼프가 20일 취임식과 함께 시작하는 두 번째 임기 동안 글로벌 무역 균형을 재조정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국내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대선 승리 이후에도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는 25%의 관세를,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등의 연합체인 브릭스(BRICS) 회원국들에는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미국의 안보나 외교, 경제 등에 위협이 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해당 위기 기간 수입품을 일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소식통 중 한 명은 트럼프가 IEEPA를 특히 좋아한다면서 이 법이 관세의 필요성을 국가 안보라는 엄격한 기준으로 증명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에게 폭넓은 재량권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는 1기 재임 시절인 2019년에도 EEPA를 사용해 모든 멕시코 수입품에 대해 5% 관세를 부과하고, 멕시코가 미국으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 수를 줄이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이를 25%까지 인상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후 멕시코 당국과의 협상이 타결되면서 실제 시행되지는 않았다.
아직 EEPA 행사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만약 트럼프가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언하기로 판단을 완료했다면, 어떤 증거를 근거로 삼을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비판하면서도 “향후 4년 동안 미국은 로켓선처럼 이륙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강하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인수위팀은 공약했던 관세 시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다른 법적 방안도 여전히 모색 중이다. 가령 무역법 338조는 대통령이 미국의 상업에 대해 차별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국가들에 대해 새로운 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특정 제품군에 대한 상호적 관세 부과가 가능하지만 최근에는 사용된 적이 없다.
또한 트럼프의 1기 초기 집권기 때 대중 관세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정당화했던 무역법 301조를 다시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의 국제경제문제 부보좌관으로 일했던 무역 변호사 켈리 앤 쇼는 “대통령은 다양한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많다. IEEPA는 그중 하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