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철 반도체공학회장 “국제 협력 강화…삼성 등 산학연 모델 구축” [이슈&인물]

입력 2025-01-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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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철 반도체공학회장(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이 9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 비마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신현철 반도체공학회장(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이 9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 비마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2017년 출범한 반도체공학회는 반도체 전문가와 기술인들이 포진해 있는 국내 최초의 반도체 특화 전문학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양대 반도체 제조사도 참여한 학회에서는 반도체 분야를 연구해 국내 우수한 반도체 기술을 세계 각지에 전파하거나 국내 산·학·연 관계자와 해외 기술인과의 만남의 장을 만드는 등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반도체 기술 로드맵 2025’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서 중장기 반도체 로드맵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를 주도적으로 이끈 것이 지난해 11월 제 8대 회장으로 선출된 신현철 반도체공학회장(광운대학교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이다.

올 한해 학회를 이끌게 된 신 회장은 9일 광운대 비마관에서 본지와 만나 “올해 동남아시아 등 반도체 국제 협력을 넓혀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올해 추진 계획과 포부를 밝혔다. 또한 “삼성전자 등 산업계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새로운 산학연 생태계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올해 학회의 중점 사업으로 △조직 안정화 △반도체 기술 로드맵 발전 △국제 협력 강화 △산학연 생태계 강화 등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반도체공학회는 10년이 채 안 된 신생 학회다. 조직을 조금 더 안정화하는 과정에 있다”며 “작년에는 반도체 기술 로드맵 작성을 총괄했는데 처음 하다 보니 모든 게 불확실했지만, 이러한 중장기적인 반도체 연구 과제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게 우리 학회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의무감에 시작한 것이 ‘반도체 기술 로드맵 2025’다. 지난달 발표한 로드맵에는 향후 15년의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의 중장기적인 발전 방향이 담겼다. 통상 반도체 기술 로드맵은 통상 2~3년 후의 단기적인 관점에서만 다뤘지만, 지금처럼 국가 전략 산업이 된 상황에서는 더욱 더 촘촘하고, 호흡이 긴 시각에서 다뤄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신 회장은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지만, 국제 커뮤니티에서 미국, 일본, 대만 등에 비해서는 여전히 발언권이라든지 리더십이 약한 건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올해는 학회가 주축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학회를 중심으로 산업계와의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올해는 학회 수석부회장직에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 사장이 선출되면서 업계와 긴밀히 협력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업계 인사가 학회 내 임원으로 활동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사장은 수석부회장 활동 이후 내년에는 반도체공학회장에 오를 예정이다.

신 회장은 “학회에서 산업계 협력을 위해 제안했는데, 박 사장께서 학회 활동에 호의적이라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며 “상당히 의미 있는 일로 향후 우리 학회뿐만 아니라 공학 계열에서 바람직한 산학연 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엔비디아, AI 리더십 당분간 이어질 듯…“韓 기업, 특정 분야 집중해야”

▲신현철 반도체공학회장(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이 9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 비마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신현철 반도체공학회장(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이 9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 비마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올해 역시 반도체 업계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그는 미국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반도체 시장 리더십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 회장은 “AI 시대에 킬러 애플리케이션(앱)이 계속 발전하게 되면 이에 맞춰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며 “엔비디아 역시 계속해서 발전하게 되고 당분간은 주도권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 반도체 기업이 엔비디아와 직접 경쟁하는 것보다는 특정 AI 분야에 적합한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신 회장은 “엔비디아가 만드는 GPU와 직접 경쟁하는 것은 솔직히 말이 안된다”면서 “온디바이스 AI나 AI 응용이 들어간 시스템 반도체 등 스페시픽(특정)한 분야를 잘 찾아 발전을 시켜야 승산이 있다”고 역설했다. 다만 그간 국내 산업이 메모리 반도체에만 치중해 성장했던 점을 고려해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우리나라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잘 신경 쓰지 못했지만, AI 적용 산업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며 “초기에 이를 명확하게 지원해주는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은 기업들이 개발하고 싶어도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산업”이라며 “정부가 산업 정책 과제 차원에서 개발 비용을 대주거나 기초 연구를 할 때 팹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中 반도체 기술 무시 못 하는 수준…경제적 교류도 지속해야”

▲신현철 반도체공학회장(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이 9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 비마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신현철 반도체공학회장(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이 9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 비마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최대 리스크 중 하나는 바로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이다. 범용(레거시) 제품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한편, 최근에는 고부가 제품에서도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나가고 있다.

실제 중국 기업들의 범용 제품 저가 공세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는 최근 그간 우리 기업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양산에 성공하면서 업계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신 회장은 “중국은 과거 기술 수준이 분명히 뒤처져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 5년 만에 눈에 띄게 바뀐 것 같다”면서 “국제 학회 콘퍼런스에 가더라도 중국의 논문 발표 수준이 최고 수준이다.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고, 우리나라에 충분히 위협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 및 정부가 절치부심의 각오로 반도체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매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신 회장은 “중국은 조그마한 반도체 하나에도 2030 세대 젊은 엔지니어 100명이 달라붙어 밤을 새워서 개발하는 데, 우리나라는 고작 10명 남짓한 인원이 법 제도에 가로막혀 주 52시간만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노동, 정치 문제를 떠나서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면 밤낮없이 기술 개발에 힘쓰는 문화가 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리스크 역시 올해 반도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는 자국 우선주의를 주요 가치로 내세우며, 외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지원 등에 부정적이다. 특히 시장 패권을 두고 중국과의 무역 분쟁도 심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신 회장은 “현재 미국과 등지고서는 반도체 산업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가 됐다. 동맹국으로서 관계도 있으니 미국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맞춰야 한다”면서도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커다란 한 축을 담당하는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도 챙기는 투 트랙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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