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삼성물산 vs 수주전 강자 현대건설…한남4구역 사업조건 따져보니

입력 2025-01-10 07:00 수정 2025-01-1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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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예정된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역대 최고 수준의 조건을 제안하며 출혈 경쟁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공사 중단 이력 없이 사업을 추진해 '관리의 삼성'으로 불린다. 현대건설은 지난 4년간 수주전에서 완승을 거둔 명실공히 도시정비업계 최강자다.

다만 현대건설은 실적 전망이 악화한 가운데 막대한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에서 패배할 경우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비 줄인 현대건설 vs 불확실성 낮춘 삼성물산

9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달 18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지난달부터 홍보관을 개관하고 수주전을 진행 중이다.

공사비와 공사기간은 현대건설이 더 저렴하고 짧게 제안했다. 현대건설은 3.3㎡당 881만4300만 원(1조4855억 원), 총 공사 기간 49개월을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3.3㎡당 당 938만3000만 원(총 1조5695억 원), 총 공사 기간 58개월을 약속했다.

다만 삼성물산은 실착공 시점을 이주 완료 후 9개월 이내로 명시했고, 현대건설은 별도의 착공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명확한 착공 시점 제시는 공사 기간 준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측면이 있다.

앞서 현대건설은 다수의 정비사업지에서 공사 중단 이슈가 불거진 바 있다. 한남4구역에는 공기를 준수하겠다는 책임준공확약서를 제출했지만 '당사(현대건설)의 책임없는 사유를 제외하고'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반면 삼성물산은 기존 현장에서 공사중단이 발생한 이력이 없다. 삼성물산은 별도의 책준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매 지체일 수 마다 총 계약금의 1/1000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왼쪽) 삼성물산 홍보관 내 설치된 '래미안 글로힐즈' 모형도. (오른쪽) 현대건설 홍보관 내 설치된 '디에이치 한강' 모형도. (출처=각 사)
▲(왼쪽) 삼성물산 홍보관 내 설치된 '래미안 글로힐즈' 모형도. (오른쪽) 현대건설 홍보관 내 설치된 '디에이치 한강' 모형도. (출처=각 사)

금융지원, 삼성물산 'WIN'

금융지원 측면에서는 삼성물산의 조건이 종합적으로 조합원들에게 더 유리하단 평가다.

삼성물산은 총 사업비에 대해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0.78%p를 제안했다. 현대건설은 CD+0.1%p로 더 낮은 금리를 약속했다. 환급금의 경우 삼성물산은 조합원 분양계약 완료 후 30일 이내에 100%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건설은 일반분양 계약 완료 후 환급금을 50% 지급하고, 일반분양 중도금시 30% 입주시 20%로 나눠 지급한다고 밝혔다. 추가분담금도 삼성물산은 입주 후 최대 4년, 현대건설은 최대 1년 유예를 내걸었다.

즉 조합원 입장에선 삼성물산의 사업조건이 시공사에게 줄 돈은 천천히, 받을 돈은 빨리 받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조달 안정성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은행 심사에선 기업의 신용등급이 영향을 미친다.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은 AA+,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62.33%다. 현대건설은 AA-, 부채비율 126.81%로 삼성물산의 신용도가 더 우수하다.

또 삼성물산은 12억 원의 최저 이주비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별도의 제안을 하지 않았다. 최저 이주비 보장액이 많을 수록 조합원들은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일례로 10평 규모에서 15평 규모로 전셋집을 구할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현대건설은 저렴한 조달비용과 시공 완료에 중점을 둔 것 같고 삼성물산은 적정 공사비를 반영하되 조합원 금융혜택을 폭 넓게 제시했다. 입주자라면 삼성물산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왼쪽)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에 제안한 단지 내 ‘플로랄 포럼’ 조감도. (오른쪽) 현대건설이 제안한 ‘더블 스카이브릿지’ 조감도. (출처=각 사)
▲(왼쪽)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에 제안한 단지 내 ‘플로랄 포럼’ 조감도. (오른쪽) 현대건설이 제안한 ‘더블 스카이브릿지’ 조감도. (출처=각 사)

스카이브릿지? 나선형 주동? 현실 가능성 물음표

설계 측면에서는 양 사 모두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현대건설은 300m에 달하는 스카이브릿지가 발목을 잡는다. 한남뉴타운은 남산 경관 보호를 위한 '90m 높이규제'가 걸려있다. 인접한 한남2구역 역시 해당 인허가 문제로 스카이브릿지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서울시는 스카이브릿지 정주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에 제재를 가하고 있고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 없다. 서울시와 협의해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특허를 받은 나선형 모양의 원형 주동 4개 동이 현실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강 조망을 극대화 하기 위한 것인데 실제 충분한 서비스 면적이 확보될 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뒷동까지 한강조망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고안해낸 것으로 실현가능 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이달 4일 새해 첫 외부일정으로 한남4구역 합동설명회 현장을 방문했다.  (자료제공=현대건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이달 4일 새해 첫 외부일정으로 한남4구역 합동설명회 현장을 방문했다. (자료제공=현대건설)

실적 전망 어두운 현대건설...과한 베팅 우려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홍보관 건립에 약 60억 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빌딩 2개 층을 임대해 이보다 적은 금액이 들었다. 내부 영상관, 단지 모형도 등 프로그램 비용을 합산해도 현대건설의 투자 규모가 더 크다는 평가다.

설계 비용은 양 사 모두 세계적 설계사와 협업해 10억 원~20억 원 이상을 웃돌 전망이다. 이 밖에 인건비, 추가 홍보비용 등을 합산하면 최소 100억 원 이상의 금액이 수주전에 녹여진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021년 한남3구역 수주전 당시 200억 원가량의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선 현대건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82억 원을 기록해 컨센서스(1305억 원)를 대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현대건설은 3개월치 영업이익에 준하는 금액을 한남4구역에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삼성물산은 4분기 견조한 실적 모멘텀이 지속가능할 것이란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패배 시 현대건설의 재무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측 가능하다.

'멀고도 가까운 이웃' 한남3구역 어떻게 풀까

최종 변수는 현대건설이 앞서 수주한 한남3구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남뉴타운 투자자들은 구역별로 매물을 여러 개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3구역 소유주들이 4구역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유다.

현대건설은 3구역과 인접한 4구역을 추가 수주해 '디에이치 타운'을 조성하고 시세 상승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전문가는 타운화가 시세에 주는 메리트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디에이치 타운이라면 가치가 있겠지만, 향후 브랜드 타운이 계속 생겨날 것이란 점에서 영구적인 프리미엄을 누리긴 어렵다"며 "브랜드 타운화는 조합원 보다 건설사 입장에서 마케팅 포인트로 작용해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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