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제조합(조합)의 최근 역성장 추세는 본업인 공제사업의 수익 감소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투자수익률 하락 영향도 있지만, 본업의 수익성 악화가 조합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수년간 건설경기 악화로 업계 불황이 지속하는 영향도 있지만, 다른 건설 분야 공제조합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본업 경쟁력 약화가 수익 감소로 이어진 상황이다.
9일 조합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월 1일~6월 30일) 공제사업 영업수익은 401억3800만 원으로 2023년 상반기 469억800만 원 대비 67억7000만 원(14.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제사업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31억3500만 원에서 절반 수준인 13억2400만 원으로 줄었다. 감소액만 18억1100만 원 규모다. 수익성 지표도 악화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손해율은 61.89%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상반기 54.22% 대비 7.67%포인트(p) 증가한 수준이다.
공제사업 수익 악화는 조합 전체 경영지표 악화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조합 재무 정보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조합 영업이익률은 –4.08%로 집계됐다. 조합 영업이익률은 2021년 32.35%. 2022년 31.65% 수준이었지만 2023년 6월 10.19%로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이후 2023년 12월 –6.85%를 기록하는 등 악화를 거듭 중이다.
최근 수년간 건설 경기 침체로 공제사업을 운영하는 조합 특성상 손해율이 상승하는 일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건설 분야 공제조합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건설공제조합의 공제수익 악화를 업황 악화만으로 이해하긴 어렵다.
실제로 전문건설공제조합과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모두 지난해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전날 “2019년 최대 당기순이익 1452억 원을 넘겼다”고 발표했다. 건설 업황 악화에 대해선 “보증지급금 청구액은 2485억 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지만, 철저한 사전 관리와 청구 취하 감액 노력으로 예상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기계설비조합도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둬 지난해 당기순이익 40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기계설비조합의 당기순이익은 2022년 283억 원, 2023년 325억 원을 각각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년 20%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일각에선 건설공제조합이 건설 경기가 어려울 때 중소건설사 사정을 외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손해율이 오를 것을 예단해 조합이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보증서 발급을 까다롭게 진행하거나 보증료율을 높여 받는 것이다.
실제로 조합 보증실적 추이 분석 결과 2022년 말 기준 보증실적은 83조1796억 원에서 2023년 말 59조1910억 원으로 약 24조 원(28.8% 감소) 줄었다. 지난해 6월 기준 보증실적 역시 2023년 6월보다 약 4조 원 증가한 34조7795억 원 규모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해 전체 보증실적 역시 2023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웃도는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보증실적은 사업에서 사고가 터지면 공제조합이 책임을 질 수 있는 금액을 뜻한다.
한편 건설공제조합은 1963년 설립돼 올해 창립 62주년을 맞았다. 건설공사에 필요한 보증과 건설사 관련 대출 등 금융업무를 하는 민간 조합이다. 2023년 기준 자본금은 6조6199억 원 규모로 조합 건설사는 2023년 기준 1만3660곳이다. 조합 인력은 410명(2023년 기준, 계약직 제외)이며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 집계에 따르면 임직원 평균 연봉은 9784만 원이다. 2021년 평균 연봉 8792만 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평균 1000만 원 오른 수준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정보 포털(씨리얼) 조회에 따르면 조합이 보유한 부동산으로는 세종시에 18홀 규모 ‘세종필드골프클럽’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와 충북 충주시와 청주시 등에 조합 건물 1채씩을 보유 중이다.